지난 4일, 그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 일부가 공개됐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국회에서 쓴 특수활동비는 약 240억 원. 이중 의원들의 해외 출장비용이 18억 원 이상이었고, 교섭단체 대표의 경우 매월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8월,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과 조훈현 의원은 코이카 사업현장 시찰을 위해 동아프리카 출장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 출장에는 사업과 무관한 두 의원의 부인들도 동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공식 일정에도, 보고서에서도 부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원님들의 부인은 동아프리카에서 어떤 시간을 보낸 걸까.
그런가 하면 같은 달 수상한 출장을 다녀온 이들은 또 있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은 해외 시찰 명목으로 호주와 피지에 다녀왔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에는 계획에 없던 뉴칼레도니아가 출장지에 추가되어 있었다. 이들은 교민들의 안전 대책을 위해 자치의회 인사와 면담을 했다고 전했지만, 불과 20여명 남짓한 현지 교민 중 누구도 이들을 본 사람은 없었다.
취재 결과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만 열 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 중 네 번은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의 보조금이 사용됐다. 국회는 특활비 외에도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해 만든 법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역시 그 중 하나다. 이들 법인은 국회의원 출장을 위한 단체일까.
이러한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지 3년이 지난 법인을 대상으로 그간 실적을 평가해 선별해 지급한다. 하지만 작년 국회 심의과정에서 6개월 밖에 안 된 법인에 1억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었다. 현역 국회의원 64명이 회원으로 있는 이 신설 법인의 정체는 바로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이었다.
지난 4월 21일, 국회 잔디 광장에서 태권도인 8천여 명이 태권도 품새로 월드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하늘에는 공군 특수 비행팀인 블랙이글스가 출연했고, 국회의장까지 행사에 참석했다.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이 주체한 이 행사는 성공리에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행사를 주관한 업체의 입장은 달랐다. 7억에 달하는 행사 진행 비용을 모두 업체가 책임지게 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익을 위해' 국회 사무처 지침을 어겨가면서 만들어진 이 단체는 대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제헌 70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세금으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철옹성, 국회 사무처의 내막을 파헤쳐 본 'PD수첩'은 제헌절인 17일(오늘)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김현경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