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난과 억압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 이들 중 GM과 혼다 등 글로벌 기업에서 맹활약하는 인재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이러한 젊은이는 69만명에 이른다. 취업자는 대부분 이민 노동자가 오랫동안 근무해 온 식품 조리, 건설, 빌딩의 유지 보수 관리 등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기업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성향의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2017년 8월 조사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상위 25개사 중에서 적어도 72%가 드리머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GM과 혼다, 웰스파고에서 활약하는 드리머 출신의 사례를 들었다.
GM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어빙 칼데론(Irving Calderon·26)은 열한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불법 이민자임을 알았다. 이후 그는 어떻게든 미국 시민권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 멕시코의 조부모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부모님은 그에게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생후 7개월 때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로 왔기 때문이다.
혼다의 기계 엔지니어인 나탈리 베르트랑(Nathali Bertran·25)은 어린 시절 실직한 부모와 페루에서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후 그대로 불법 체류했다. 이후 맨해턴 과학 및 수학 센터(MCSM)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어린 시절 품었던 우주비행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3개의 사립대학에서 항공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그녀에게 장학금 및 재정 지원 프로그램 자격을 주는 곳은 없었다. 또 그녀가 불법 이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와 교사들은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그런 그녀를 구제한 것이 바로 DACA였다. 결국 그녀는 뉴욕시립대학에서 꿈꾸던 로켓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자동차로 관심을 바꿨다. 현재 그녀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혼다 '아큐라'의 부품을 설계하고 있다.
1996년 멕시코에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알렉스 메드라도(Alex Medrano·22)는 열 살이었다. 6년 후 DACA 자격이 승인되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자 댈러스 가전 전문매장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 일할 수 있었다. 또 사장의 제안으로 당좌 예금 계좌를 개설하려고 방문했던 웰스파고(Wells Fargo)에서 우연히 지점장의 마음에 들게 됐다.
베스트 바이 사장이 10대인 그에게 개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당좌예금 개설을 추천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그는 웰스파고의 파트 타임 금전출납원으로 일했고 현재 텍사스대학교 알링턴 캠퍼스에서 경영학 수업을 받으면서 웰스파고에서 승진도 하고 계속 다니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