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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 한인타운 내 노숙자 쉼터 설치로 분열…일부 현지 시민 혐한감정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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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 한인타운 내 노숙자 쉼터 설치로 분열…일부 현지 시민 혐한감정까지 등장

미국 LA의 상징, 할리우드 입간판.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LA의 상징, 할리우드 입간판.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임성훈 기자]

지금 LA 한인사회는 양분되어 있고, 일부 시민들이 혐한(嫌韓)감정까지 내비치는 등 그야말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글로벌이코노믹 LA통신원이 10일 전했다. 노숙자 쉼터 설치 문제 때문에 빚어진 갈등이다. 지난 2월 LA에서 한 여성 노숙자가 그날 따라 매서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LA시 당국은 이를 계기로 시내 곳곳에 노숙자 쉼터를 지정하는 계획을 마련했고, 그중 한 곳이 한인타운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이 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 3일부터 LA 한인들은 의견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노숙자 인권단체인 '쉬더즈(She Does)'는 노숙자 쉼터 설치 찬성의견으로 한인타운 내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일부 한인들이 '모든 한인타운을 위한 노숙자 쉼터(Shelter for All Koreatown)'란 단체를 결성해 이들의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한인들의 분위기는 쉼터 설치에 부정적이다. "노숙자 쉼터가 교육환경을 해친다"라는 거친 항의와 LA의 대표적 우범지대인 "사우스센트럴에 노숙자를 가둬라"는 등의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렇게 한인사회의 여론이 분열되어 가던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간) LA 시의회는 '한인타운 임시 쉼터 조례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다. 허브 웨슨 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11명은 수정 조례안(Motion 59A)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물론 표결 전 이 조례안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각각 발언에 나서 서로의 주장을 내놓았다. 시민운동모임인 '월셔커뮤니티연합(WCC)'은 항의시위를 주도했던 LA 한인회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일방적 후보지 선정' '임시 쉼터 계획의 부실'을 지적하며 주민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하게 된 것은 이 조례안을 제청한 시의원이 바로 2015년 최초로 LA 시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데이비드 류 의원이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류 의원은 지난 5월 현지 한국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인들의 분노를 시의회에 분명하게 전달했고 한인사회의 대변자가 되어 원만한 해결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조례안 제청에서 류 의원은 "한인타운에 잘못된 정보가 퍼져 주민들이 분노하고 반대하는 것"이라며 "노숙자가 거리에서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없고 시의장의 조례안 찬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데이비드 류 의원에 대한 한인사회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LA 한인회는 다시 노숙자 쉼터 설치 반대 집회를 시작했다.

데이비드 류 한국계 시의원. 자료=데이비드 류 트위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데이비드 류 한국계 시의원. 자료=데이비드 류 트위터 캡처

미국이 토론을 중시하는 나라인 것은 맞다. 그래서 어쩌면 6월 29일의 조례안 표결 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든 이 문제는 큰 휘발성을 갖고 한인사회를 덮칠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굳이 이 시점에서 1992년 발생했던 LA 폭동을 되새겨 보려 하는 것은 이 문제가 그러한 정도까지 악화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 사람으로서 1992년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1992년은 근본적으로 인종 차별로부터 기인한 인종 폭동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한인사회의 노숙인 쉼터 설치 반대를 대표적인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종폭동도 무섭지만 사회의 계급 간, 그리고 공간적 문제는 참으로 미묘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 한인들의 분열 사례 또한 너무 자주 들리는 뻔한 레퍼토리다. 당장 미주한인회연합회는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사고 지역으로 분류되어 세계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지혜롭게 풀리기를 멀리서 기원하는 바이다.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