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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두리춤터의 기획공연 『오랜 인연, 그리고 춤』…세 무사(舞師)와 여악사(女樂師)의 회고의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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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두리춤터의 기획공연 『오랜 인연, 그리고 춤』…세 무사(舞師)와 여악사(女樂師)의 회고의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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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춤터의 기획공연 '오랜 인연, 그리고 춤'
지난 6월 24일(일) 늦은 여섯시, 25일(월) 늦은 일곱시 반, 방배동 두리춤터에서 춤꾼 셋과 거문고 연주자가 만났다. 노을이 아름답게 피어나던 저녁 무렵, 80년대 청춘스타들인 주인공들은 고희를 앞둔 춤연기자 임학선(성균관대학교 문행석좌교수), 임관규(비손무용단 대표), 임현선(대전대학교 무용과 교수), 작곡가 겸 연주자 신혜영(춘천교욱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이었다.

박식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고, 가벼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진 공연을 만난다는 것은 드물다.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날, 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안고 알곡으로 살아남은 전설을 춤으로 듣는다는 것은 상상적 즐거움을 넘어선다. 고수들의 중후하고 경쾌한 움직임과 실 빛 미소는 예술적 운명의 실타래를 보는 것이어서 과거를 오가는 상상은 흥미를 촉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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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예인(藝人)은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과 현장에서 안무가, 연주자로서 활동하면서 후학들을 지도해오고 있는 예술계의 산증인들이다. 화려한 시절의 분위기를 회상하면서 현재를 열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입영전야의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다. 이날 공연은 소극장 무대의 장점들이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어 가슴에서 가슴으로 낭만적 서정이 파고들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치를 깨달아가는 이들 공연에는 대학과 1976년 창단한 창작무용 그룹‘창무회’에서 춤지도를 했던 원로 김매자, 태평무를 지도했던 이현자 선생, 임학선・임현선 자매의 춤길을 열어주고 지지해온 모친이 참석하여 이날 춤의 의의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다. 작곡가 겸 뮤지션 신혜영의 거문고 연주는 덧없이 가버린 세월의 흐름을 음미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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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부터 같이 활동해온 춤꾼과 뮤지션의 회동은 분명 화제 거리이다. 춤으로 우정을 나눈 이번 공연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한 세 사람의 수상자 임학선・임현선 자매와 2년 전 미국에서 17년 만에 한국춤판에 귀환한 임관규의 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춤의 성장과 개인의 춤 기량을 살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네 사람의 오랜 인연, 그리고 춤’에 걸친 이날 공연은 임학선 복원의 ‘문묘일무’(출연 임학선), 임관규류 ‘한량무’(출연 임관규), 강선영류 ‘태평무’(출연 임현선), 거문고 연주 ‘출강’(연주 신혜영) 황무봉류 ‘산조춤’(출연 임학선・임현선・임관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익히 알려진 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신작을 기다리는 듯한 흥분을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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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의 시원(始源), 임학선은 『인다리』, 임현선은 『터』와 『돌기』에서 임관규와 듀엣으로 공연한 바 있고, 임현선, 신혜영과는 『우리 둘』에서 공동작업을 했다. 임학선의 안무작 대부분에 임현선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신혜영은 임학선의 『우리 둘』, 『스승공자』, 『영웅이순신』, 임현선의 『메아리애가』, 『진혼무』의 작곡과 임관규 공연에서 ‘산조’ 특별연주로 연을 맺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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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춤터의 기획공연 '오랜 인연, 그리고 춤'

임학선・임관규・임현선・신혜영 순서로 저마다의 주특기를 보여준 다음 신혜영의 연주로 마무리된 어울림의 ‘산조춤’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남성무용수와 자매가 어울린 삼인무는 보는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했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놀라운 춤 조화를 이루어 내었다. 이들의 도전적 시도는 앞으로 춤 확장에 많이 기여할 것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