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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값 오르는데…맥못추는 위스키, 결국 가격 인하 '카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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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값 오르는데…맥못추는 위스키, 결국 가격 인하 '카드'까지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국민 술' 소주와 맥주가 일부 요식업체에서 6000~7000원선까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위스키 전문업체 골든블루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서민술 ‘소주’의 소비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위스키의 하락세가 10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골든블루는 저가 위스키 '팬텀 오리지널' 공급가를 2년 만에 인하했다. 골든블루는 이날 “국내 위스키 시장은 앞으로도 약 -10%대의 지속적인 감소가 예측되는 심각한 어려움이 직면하고 있어, 이를 타계하기 위해 위스키 문턱을 좀더 낮추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가격인하 등의 또 다른 조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직격탄을 맞으며 회복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따른 가격 인하로 보인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WSR(International Wine & Spirits Research)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6만1000상자(1상자=9L)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판매량이 9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158만6975상자(추정)로 9년 만에 127만4025상자(44.5%) 줄었다.

이와 반면 통계청이 조사해 공개한 국내 주류 소비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국내소비량은 130만9000kl로 2016년보다 약 0.5% 늘어났다.

소주 내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121만kl)과 2016년(130만3000kl)에 다소 감소했지만, 2011년(116만2000kl)에 견줘 내수량이 6년간 14만7000kl 증가했다.

최근 국내 소주 시장에는 ‘저도수’ 열풍이 불었다. 국내 대표 소주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앞다퉈 도수를 낮춰 소주 리뉴얼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소주 가격 인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류 제품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투입되는 원료인 주정(酒精)의 양도 줄어드는 것으로, 주류 생산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수를 낮췄지만 출고 가격에 변동이 없다보니 사실상 소주 가격 인상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소주 가격이 올해 하반기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주정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 가격은 한 가지 요소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주정 가격만으로 분석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인상 역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 술’로 통하는 맥주 역시 소비가 늘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이 음주 트렌드로 떠오르고, 수입맥주 전성기에 국내 맥주의 다양화까지 겹치며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요식업체들은 소주와 맥주를 1000원 가량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국내 소주 제품이 6000원, 맥주도 7000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소주‧맥주 시장이 '고공행진'을 하다보니 위스키 시장의 고전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골든블루가 위스키 시장의 불황을 탈피하려는 전략으로 가격 인하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골든블루 역시 이번 가격 인하에 대해 “특히 위스키를 새로 접하는 소비자들이 가격, 도수 부담없이 위스키를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해 위스키 대중화 시대를 이끌겠다는 목적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 인하로 ‘팬텀 디 오리지널’의 출고가격은 기존 2만1945원(VAT포함, 450ml)에서 10% 인하된 1만9745원으로 18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는 “팬텀 디 오리지널의 가격을 내려 ‘위스키는 고도수이고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고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는 등 위스키의 대중화를 이루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골든블루의 이 같은 가격 인하가 오히려 위스키 시장의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을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며 “위스키 시장이 장기간 불황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가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