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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이재용 뉴삼성 ‘같지만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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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이재용 뉴삼성 ‘같지만 다른 길’

-신경영 선언 25주년, 기념행사 없어

이건희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이미지 확대보기
이건희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삼성이 오는 7일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맞는다. 자기 혁신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이재용 체제에 ‘뉴삼성’으로 바뀌었으나 그 정신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혁신 DNA에 이재용의 경영철학이 더해져 삼성은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 인사·조직 쇄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선포한 뒤 삼성은 크게 두 가지 변화를 겪는다. 하나는 인사다. 그해 실시된 인사에서는 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보험모집인으로 30년 외길을 걸은 임춘자 삼성생명 동대전영업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평사원 출신인 여직원이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아 이사대우로 승진한 건 임 국장이 최초였다. 그를 포함해 고졸 출신 4명이 기용됐다.

젊고 국제적인 인재들도 임명됐다. 승진 인원의 10%는 해당 직위 1~2년 차에 승진했다. 비서실 팀장급은 해외 근무 경험이 풍부한 40대들로 채워졌다.

철저한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인사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모두 60대 사장들이 물러나고 50대가 전면 배치됐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가운데 여성은 7명, 외국인은 8명이었다.

인사와 함께 조직 문화의 변화 또한 신경영과 뉴경영의 닮은 점이다. 이 회장은 ‘7·4제’(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실시하고 계열사 내에 자체적인 운영위원회를 꾸려 소통을 강화했다.

이 부회장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 혁신전략’을 세우며 소통문화를 제고해왔다. ‘님’이나 ‘프로’ 등 새 호칭의 도입도 변화의 일환이다.

◇ 이건희 '톱다운' VS 이재용 '자율'

인사와 조직 혁신을 가져왔다는 큰 틀은 흡사하나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은 신경영과 엄연히 다르다. 이건희 회장은 컨트롤타워인 비서실을 중심으로 강력한 톱다운 리더십을 추구했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각 계열별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비서실은 공항의 관제탑과 같다”며 비서실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비서실 내 전략 1,2팀을 만들어 그룹 전체의 주요 전략 업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이후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로 이어지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형성됐다.

이 부회장은 컨트롤타워를 없애고 계열사별 역할을 분산시켰다.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은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3인의 사장이 이끌고 있다. 모두 정통 엔지니어 출신들로 내부 승진을 통해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부자(父子)의 차이는 신경영과 뉴삼성의 선포식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이건희 회장은 임원들을 모두 모아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신경영을 설파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컬처 혁신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부문별 사장들이 모여 전략을 선언하고 서명했다.

한편, 삼성은 신경영 25주년을 별도의 기념식 없이 조용히 보낼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신경영 선언을 기념하는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