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2.7조 석유화학 공동투자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또 한번 손을 잡는다.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성공적으로 키운 양사가 이번에는 2조7000억원 규모의 HPC 신설 투자를 추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롯데케미칼은 화학에서 강점을 지닌 만큼 양사가 시너지를 내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 투자합의서에 공동 서명했다.

양사는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15만 평)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케미칼은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 하반기 공장 설계에 착수한다. 상업가동 이후 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해 연간 3조8000억원의 수출 증대를 끌어낼 계획이다. 현대케미칼의 연간 영업이익도 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양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확보,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따른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2조2000억원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중앙아시아 에탄분해시설(ECC), 동남아 납사와 더불어 대규모 정유 잔사유 크래커 사업에 투자, 지역 거점 강화를 도모한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하여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양사는 HPC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HPC는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해 기존 납사크래커(NCC) 대비 납사를 최소로 투입한다.

이 설비는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이중 탈화중질유는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케미칼 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공장이 위치할 서산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1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 최대 1만1000명, 연인원 320만명이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설비 가동에 따라 1500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사는 2014년 현대케미칼을 성공적으로 합작한 바 있다.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의 최초의 합작으로 2016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작년 26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