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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짝퉁' 중국 스마트폰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인디비주얼 디자인 하우스(IDH)' 존재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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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짝퉁' 중국 스마트폰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인디비주얼 디자인 하우스(IDH)' 존재 덕분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디비주얼 디자인 하우스(IDH)' 덕분에 양과 질 모두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디비주얼 디자인 하우스(IDH)' 덕분에 양과 질 모두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중국 스마트폰은 몇 년 전만해도 애플과 삼성전자의 '짝퉁'에 불과했다. '중국 스마트폰'은 '싸다', '고장이 잦다'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2017년 스마트폰 제조사의 출하량 순위를 보면 삼성전자가 1위, 애플이 2위, 3위는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ZTE 등 중국 기업이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동시에 이루어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심지어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인 SoC(System-on-a-Chip)를 채용하고 18대 9의 베젤리스 디스플레이, 유기 OLED 등 트렌드 대응에서도 전자왕국 일본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 이처럼 화려한 변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디비주얼 디자인 하우스(IDH)'라는 디자인 전문 기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흥 기업이 처음부터 설계 능력과 디자인을 동시에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브랜딩에 능하거나 전자상거래(EC) 등 판매 채널의 운영에 뛰어난 전문 기업들이 속속 나오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계를 활성화하고 수준을 높여나갔다는 것이다.

사실 IDH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신흥 기업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 능력을 가진 중견기업도 저가형 기기의 디자인은 IDH에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자사의 개발팀은 플래그십 모델 개발에 전념하면서 신속하게 저가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IDH는 MP3 플레이어나 VCD(비디오 CD) 플레이어가 한창일 때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IDH의 폭발적인 성장은 2000년대 휴대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부터다. 타이완 반도체 업체 미디어텍은 휴대폰용 반도체 판매뿐만 아니라 레퍼런스 디자인(제조사가 제시하는 표준설계) 및 소프트웨어를 세트로 판매했다. 이른바 '턴키(일괄 도급) 방식'이다.

기업은 레퍼런스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변경하는 것만으로 디자인이 끝난다. 기술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수많은 IDH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미디어텍은 3G 스마트폰에 대응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 퀄컴의 SoC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 높은 기술력을 가진 'ZTE 스핀 아웃 세트'가 위력을 발휘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에서 단말기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이 잇따라 독립해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IDH를 창업한 것이다. 이들은 판매 대수는 적어도 단가가 높은 고급 브랜드나 방수‧방진 등의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IDH가 커버하는 범위도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DH는 단순히 디자인에만 국한하지 않고 부품 선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같은 규격의 부품이라도 테스트에 통과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말기를 동작시키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이제 IDH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IDH는 큰 발언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사 개발팀은 플래그십 모델의 개발에 주력하고 저가형 미들 레인지 모델은 IDH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 기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지만 저가 제품은 업체와 유사한 제품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모든 개발 자원을 상위 기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