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킨 총수 일가는 쉽게 쓰는 연차가 객실 승무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인 A씨는 “승무원 아플 때 쓸 수 있는 병가 또는 병휴 제도가 있다”면서 “병가는 고과에 영향이 가기도 하고, 병휴는 본인의 잔여 연차(1년의 연차가 아닌 몇 년 동안 쓰지 못해 쌓여온 수십, 혹은 수백일의 연차)에서 일수를 차감하면서 고과에 영향 없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플 때 바로 병가내고 치료하면 될 것을 병가를 고과에 혹은 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참고 참다가 더 큰 병이 나고 있다”면서 잘못된 인사고과를 꼬집었다.
그는 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회사가 명시한 병가로 신청해야 하는 질병 혹은 병휴로 신청할 수 있는 질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고과에 영향 없는 개인 휴가를 차감하며 병원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수기나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병가로 밖에 못 쉰다는 얘기 듣기가 일쑤라고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6년 미사용 연차휴가 적립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해당 제도를 도입만 했을 뿐 회사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휴가 사용을 반려해 직원들의 연차가 쌓여가고 있다.
휴가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회를 거쳐 팀 휴가는 상하반기 각각 5일씩 총 10일 부여하고, 개인 휴가는 팀 휴가 10일 이외 가능한 범위 내 최대한 반영키로 하는 등 휴가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승무원들은 "팀 인사와 연계된 인사 고과가 시정되지 않고, 부족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한 객실승무원의 연차 소진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