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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후시딘 가격 폭리… 원자재 매입액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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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후시딘 가격 폭리… 원자재 매입액은 '제자리'

동화약품 상처치료제 '부채표 후시딘'. 사진=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 상처치료제 '부채표 후시딘'. 사진=동화약품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동화약품 후시딘은 상처치료제 1위 연고다. 1위의 프리미엄은 낮은 원자재값에 비해 판매가를 지나치게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비싼 국민 상처치료제에 반발한다. 같은 성분의 연고가 시중에서 2000원가량 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후시딘의 가격은 너무 높아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상처 치료제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마음에 상처만 내는 형국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후시딘은 약국에서 10g 제품 기준 평균 6000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의약품은 판매자가 가격을 표시하고 판매하는 ‘판매자 가격표시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약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500원~6000원 선이다.
A약국 B약사(서울 마포구)는 후시딘를 찾는 의료소비자들에게 “후시딘은 현재 6000원인데, 조금 용량이 적은 것(5g)도 있고 후시딘과 성분이 똑같은 제품을 4000원에 살 수 있다”며 “후시메드를 사도 효능은 똑같으니 이걸 사는게 낫다”고 곧잘 설명한다고 한다.

B약사가 권유한 연고는 녹십자의 ‘후시메드’다. 이 제품은 후시딘의 주재료와 같은 퓨시드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지만 후시딘보다 2000원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비싸다’고 답하기도 전에 5g 연고나 조금 저렴한 타 제품을 권유하는 것을 보면 후시딘의 가격을 듣고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후시딘 이렇게 비싼 줄 몰랐네요”, “후시딘 언제 이렇게 가격이 올랐죠?”, “후시딘 6000원?”, “후시딘 가격 충격이다” 등의 글이 올라있다.

지난 2016년 8월 동화약품은 후시딘의 도매공급가격을 5%정도 인상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가격 인상의 이유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후시딘류(후시딘연고, 후시딘겔, 후시딘밴드 등)의 매출액은 191억4200만원이었다. 동화약품 총 매출 중 7.4%에 달하는 수치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기존 튜브형 연고부터 후시딘 휴대용, 후시딘 밴드, 후시딘 겔 등 제형, 용량 등을 다양화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매출 신장의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는 후시딘 매출 190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후시딘겔, 후시딘밴드를 추가 출시하기 전이어서 후시딘 연고 판매로만 얻은 매출액이다. 지난 2015년 176억4900만원, 2014년 170억61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오른 것이 맞다.
하지만 후시딘 가격 상승이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기간 후시딘이 동화약품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 줄었다. 2014년 7.99%, 2015년 7.9%, 2016년 8.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7.4%까지 떨어진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후시딘이 도매공급가격을 인상하면서 가격 역시 높아지자 이에 반발한 소비자들이 대체약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상한점은 동화약품이 후시딘 도매공급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던 원부자재 가격이다.

전자공시로 살펴본 결과 동화약품이 후시딘의 주 원료인 퓨시드산나트륨을 사들인 규모는 18억원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퓨시드산나트륨 매입액으로 2015년 18억3500만원, 2016년 18억7900만원, 지난해에는 17억8700만원이 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동화약품이 사들인 후시딘 원재료 규모는 1억원 가까이 오히려 줄었다.

후시딘은 1980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상처치료제 시장에서 38년 동안 단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비싼 가격에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접해온 후시딘의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크다. 의약품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상처치료제 선택에 어려움을 느껴 비싸더라도, 그리고 해당업체가 거짓말을 할지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후시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시딘은 상처치료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여러 가지 마케팅도 하고 있고, 다양한 제형을 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가격이 점점 비싸지다보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유사한 효능을 가진 제품이 많고 경쟁약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어 후시딘의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