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라는 작품을 끌어다 다시 편집(연출)한다. 그의 편집은 '대사들'에 나타난 여러 이미지들을 차례차례로 소거시켜 나가거나 무대의 막 같은 베일 사이에다 다른 물건을 재배치한다.
그가 파고든 주제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에서 인물을 소거하고 대신에 여러 가지 물건(형체)들을 불러들였다. 그 형체들은 욕망을 투사하거나 신성을 부여하는 물건이나 장식품들이다. 예컨대 남택운은 베일 사이에 사과를 등장시켜 아담 이브의 전설로부터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욕망을 어떻게 투사했는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적으로도 16세기의 고전극을 현재의 영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브렉시트로 대체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정물들도 대륙의 경제 공동체인 유럽연합에서 이탈하려는, 아니 이탈할 수밖에 없는 영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다.
김정헌 공주대 명예교수(화가)는 "왜 하필이면 ‘영국’인가? 식민지 제국을 건설해서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의 쇠락해 가는 모습이 이국적인 풍물을 사랑했던(?) 작가의 눈에 슬퍼 보였을까? 세계가 그야말로 경계 없는 무역전쟁을 벌리고 있는 우리시대를 영국의 어쩔 수 없는 퇴장을 통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을까? 락 음악을 좋아하는 작가의 기호와 이제 어쩔 수 없이 환갑을 넘긴 작가 자신의 늙음에 어떤 해답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작가 남택운의 '베일' 연작은 오는 5월 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중구 삼일대로 반도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