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교육진단] 역사상 최악의 대입제도, 그리고 역사상 가장 무능한 교육부

공유
52

[교육진단] 역사상 최악의 대입제도, 그리고 역사상 가장 무능한 교육부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에서 4월 11일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날은 대한민국 교육부가 교육부이기를 포기한 날이다. 교육부 스스로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무능한 조직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날이다.

오늘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밝힌 공식 명칭은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이다. 이 방안에서 교육부는 수능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간의 적정 비율, 수시와 정시의 통합 여부, 수능 평가에서의 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 방식 등에 관해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공론화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정확히 표현하면, 교육부는 그 ‘3가지 사항을 국가교육회의에서 핵심적으로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로 제안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교육부가 마련한 대입제도 개편시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수시정시 선발시기와 수능평가방법을 결합한 모형 예시로 5개 방안을 나열하였고, 수능과목 구조로는 3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수능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간의 적정 비율에 관해서는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제도에 관하여 가장 많은 학술논문을 쓴 필자로서는 도저히 교육부의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 필자는 최근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수많은 대입제도의 개선 아닌 개악을 연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대입제도 시안에서 이렇게 객관식 선택지만 나열하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 겪는다.

현행 대입제도는 우리 역사상 가장 최악이고, 전 세계 존재하는 대입제도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고교 3년 간 학생부내신 성적경쟁에 매몰되어 있고, 학생부종합전형이 증가하면서 학교와 교사에 따라 대입결과가 춤을 춘다. 교과, 비교과, 서류 그리고 컨설팅 사교육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사교육비는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깜깜이전형, 금수저전형, 불공정전형이라고 비판받으며 고교서열화와 대학선발에서의 계층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1유형)을 지원받지 않는 최상류층(9-10분위) 추정비율이 무려 72.5%에 이른다. 최악의 교육불평등을 유발하며, 그로 인한 사회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런 대입제도는 결코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계층 간의 갈등과 대립의 현장이며, 지역 간 그리고 학교유형 간의 갈등과 대립의 현장이다. 그리고 그 대립 갈등은 공교육정상화 방법을 둘러싼 논쟁인 것처럼 위장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계급적‧계층적 이해관계는 숨겨지고 마치 교육적‧학문적 정당성 논쟁인 것처럼 표현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정책결정까지 약 4개월 정도를 남겨두고 그 모든 책임을 소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긴 것이다. 이 정도의 선택지 제시는 작년 8월 수능개편안 유예 후 한두 달 사이에도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약 7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겨우 몇 개의 선택지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로 제안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동안 교육부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무 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 아니 교육부는 대입제도와 관련한 갖가지 혼란과 사회적 갈등만 더 확대시켜 왔을 뿐이다. 이런 대입제도 선택지 수준의 ‘이송안’(?)이라면, 이미 작년 9~10월 경에 넘겼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은 4월 중순이다. 약 반 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8월 말까지의 일정을 계산하면, 구체적인 대입시안 마련, 공론화 과정, 정책 제안과 최종 검토 및 공론화와 교육부의 정책결정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에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정책결정과정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교육부, 이 얼마나 무능한 교육부인가?

또 중요한 절차가 남아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로 제안하더라도 그대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최종적인 정책결정과 발표는 교육부가 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은 자문기구의 의견(시안) ‘제안’에 불과한 것이기에, 교육부가 최종 결정과정에서 다시 공론화를 해야 정상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론화는 시안을 마련한 후 그것을 확정하기까지의 공론화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아마도 교육부는 최종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최종 정책결정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의 책임 회피를 위한 마지막 꼼수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대입제도를 둘러싸고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어이없는 모습만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교육회의는 학생부종합전형 옹호자, 수능 절대평가 주장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자문기구다. 대통령자문기구이지만, 위원 구성에서부터 교육부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가교육회의는 정권의, 그리고 현 교육부의 교육회의체이지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다. 국회에서의 위원 추천도 거치지 않았고, 대입제도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수렴되는 기구도 아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도 아니고, 정책을 책임 있게 집행하는 기구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단순한 자문기구일 뿐이다. 다수 학부모‧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기는 어려운 기구이다. 결국 또 다시 형식적인 국민의견 수렴과 사실상의 밀실 정책결정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자문기구에 교육 정책결정과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구체적인 정책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실상 대입정책 결정을 위임한다는 말인가?

결국, 현 교육부는 이미 대한민국 교육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건대,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사실상 장관 역할 수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부장관으로서 올바르고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제 그만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를 권하고 싶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