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처음부터 중앙은행의 통제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가상화폐가 구박받을 이유는 없다. 각국 중앙은행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가상화폐는 인정하기 싫어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통제해 왔다. 그리고 뒤에서는 은밀히 가상화폐를 독자적으로 발행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 교환 가능한 화폐는 오직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뿐으로, 그마저 볼리바르는 이미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의해 폭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효과는 거의 없다. 심지어 베네수엘라 정부(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제 신용이 낮은 상황이어서 어느 나라도 베드로에 투자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회의적이다.
러시아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가상화폐 '크립토루블(cryptoruble)'의 발행을 지시·결정했다. 당초 러시아는 돈세탁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는 가상화폐는 각종 세금 징수에 이점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발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러시아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가상화폐의 인민폐 거래 정지, 거래소의 폐쇄 등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독자적인 가상화폐 발행 연구는 누구보다 열심이다. 특히 핀테크 기업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의 학습을 장려하고, 독자적인 코인 만들기에 대한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터키에서는 터키민족주의운동정당(MHP)의 아흐메트 케난 탄리쿨루 부의장 겸 전 터키 산업부 장관이 가상화폐의 발행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투르크코인(Turkcoin)'을 제안했다. 특히 투르크코인은 터키 항공, 이스탄불 증권거래소, 국립복권, 지라트뱅크(ZiraatBank) 등 국부펀드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캄보디아 정부도 독자적 가상화폐 '엔타페이(Entapay)'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는 달러가 유통되어왔기 때문에, 독자적 가상화폐인 엔타페이가 향후 달러와 어떻게 대응할지, 또는 활용될 것인지에 대해 그 행방이나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두바이의 첫 공식 암호화 화폐인 '엠캐시(emCash)'가 있으며, 지난주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가상화폐 'RS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제안하는 논문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 외에도 발행 예정이거나 이미 발행 계획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훨씬 많으며, 그 수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독자적 가상화폐 발행의 배경에는 각각의 '기대감'과 '속셈',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통해 가상화폐가 금융 시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글로벌 시장의 미래'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