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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펄프 시장 최대 거인 탄생 눈앞…제지업계 반발 만만치 않아 무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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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펄프 시장 최대 거인 탄생 눈앞…제지업계 반발 만만치 않아 무산 가능성도

반독점 금지 규정 피해 펄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

피브리아(Fibria)와 수자노(Suzano)의 합병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글로벌 제지 업계는 환영보다는 큰 우려를 표명했다. 자료= Tissue Online이미지 확대보기
피브리아(Fibria)와 수자노(Suzano)의 합병 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글로벌 제지 업계는 환영보다는 큰 우려를 표명했다. 자료= Tissue Online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세계 최대의 펄프 원재료 공급 업체 중 두 곳인 '피브리아(Fibria)'와 '수자노(Suzano)'가 지난 주말(17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수자노가 피브리아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형태로 이는 곧 세계 최대의 펄프 회사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글로벌 제지 업계는 환영보다는 큰 우려를 표명했다.

제지 업계는 "양사의 합병은 190억달러(약 20조3600억원)의 자본과 108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거대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원자재인 펄프에 대한 높은 비중을 얻는 동시에 반독점 금지 규정을 피해갈 수 있으며, 펄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포이리(Pöyry)'가 추정한 전 세계 펄프 연간 생산량은 총 6120만톤으로 양사의 펄프 제공량은 총 17.6%를 차지하게 된다. 두 회사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까지 치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펄프 및 제지 업체 '아소카르타(Assocarta)'의 지롤라모 마끼오(Girolamo Marchi) 사장은 "피브리오와 수자노 사이의 계약은 소수 생산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시장에 이미 개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펄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지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피브리아와 수자노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끼오 사장은 "독점 금지 당국은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장 집중력에 대해 간파하고 있으며, 기업 경쟁과 보호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충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피브리아와 수자노 사이의 합병을 부추기는 곳은 브라질 정부다. 피브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위자야(Wijaya)' 가족에 의해 관리되어 왔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피브리아와 수자노 두 회사의 주주인 브라질 '국영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움직여 합병을 이끌어 냄으로써,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브라질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경쟁 당국에 대한 평결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브라질의 전략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반발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수자노가 1100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일부 매각해야 할 입장에 처할 경우 합병 전략에서 후퇴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