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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도입…'제 무덤판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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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도입…'제 무덤판 격'

경쟁국보다 동맹국 피해 심각…美 수입철강에서 중국산 비중 2% 불과

트럼프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도입은 미국이 결국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격'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백악관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도입은 미국이 결국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격'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백악관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도입이 경쟁국에 대한 규제보다는 동맹국에 대한 피해가 훨씬 심각해 결국 '제 무덤을 판 격'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상세한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 철강 업체들에는 버팀목이 되는 반면, 대미 철강 수출이 많은 중요한 동맹국인 캐나다, 한국, 멕시코 등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트럼프는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 상무부는 2주 전에 공표한 보고서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수입은 군 장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국내 공급 체제를 약화시킴으로써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트럼프와의 회의에 참석한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 간부는 관세 도입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리고 뉴코어(Nucor), US스틸(United States Steel), 스틸다이내믹스(Steel Dynamics) 등 철강 대기업 3사는 수입 관세 도입 방침이 불거진 지난 주말부터 시가 총액이 총 10억달러(약 1조813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철강 제품의 주요 사용자인 포드자동차(Ford Motor)와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등 자동차 대기업 2개 사의 시가 총액은 무려 40억달러(약 4조3252억원)나 감소했다. 트럼프의 결정이 나기 전, 이미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인 셈이다.

사실 트럼프의 정책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권 내의 강경파는 중국을 두드리고 싶어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산 능력 과잉으로 고생하며 글로벌 철강 가격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태다. 미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은 다른 전체 국가의 누계에 거의 필적한다.

문제는 중국이 실제로 미국의 주요 철강 공급원이냐 하는 것이다. 답은 물론 "아니다"다.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철강 제품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비율이 높은 것은 미국의 동맹국 특히 캐나다가 16%, 이어 한국과 멕시코가 각각 10%와 9%를 차지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국가안보에 우려의 대상이라는 정치권 여론을 조성했지만 실제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국방 관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해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동맹국에 광범위한 수입 관세를 부과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 국방부는 지난 22일 상무부가 제안한 철강과 알루미늄의 수입 제한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인 다음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입 쿼터와 관세보다는 목표 국가에 초점을 맞춘 관세 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미국의 동맹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상별 관세 제도를 선택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권유다.

또한 철강에 대한 관세 조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알루미늄에 대한 조치는 "통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만으로도 악성 행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보류해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국방부는 관세 도입 시 대상 국가를 좁혀 캐나다를 제외시키고 이외 다른 국가에도 완만한 수입 쿼터를 매기는 정책 도입을 정치권에 적극 요청했다.

관세 도입 계획의 상세 페이지에는 미 국방부의 이러한 우려에 응답하는 내용이 포함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번 정책이 미국의 소비자와 동맹국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하다. 결국 반쪽짜리 정책 도입으로 미국의 경제와 안보가 오히려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