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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8) 순창 새집] 백년 한옥에서 내린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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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8) 순창 새집] 백년 한옥에서 내린 손맛

필자에게 여행의 주제는 매번 똑같다. 전국 곳곳에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점이다. 특히 작은 지역에 소문난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대도시에서 느낄수 없는 그리운 맛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 되고 식상한 음식이 아닌 꾸밈없는 맛을 보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좋다.

최근 순창으로 맛집 여행을 가게 되었다. 순창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지역이다. 순창하면 순창고추장을 떠올린다. 순창고추장의 유래를 보면 고려말 이성계가 만일사에 기거하던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가던 중 허기가 져 한 농가를 찾아 밥 한술을 청했다고 한다. ​가난한 집주인은 딱히 내놓을 찬이 없어 고추장 하나만 덩그러니 상에 내었지만 ​고추장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웠다. 이 맛을 잊지 못한 이성계가 순창군수에게 진상하도록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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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지역만큼 순창의 음식은 전통고추장으로 맛을 낸 한정식이 특징이다. ​순창의 한정식을 맛보면 장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장을 이용한 장아찌나 젓갈 찌개 조림이 발달되었다.

순창 한정식은 일제강점기 이후 순창에서 시작되었다. 한정식은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용어가 없었다. 한정식의 유래는 몇가지 설이 있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에 요리집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임금님의 요리사였던 대령숙수들이 궁중에서 나와 요리집에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한정식이 시작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정식의 기원은 궁중음식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정식을 생각하면 대부분 서양요리처럼 코스로 나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라도 지역을 다니다 보면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순창한정식 하면 한상에 모든 음식이 다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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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은 한정식이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80여가지 반찬을 내어주는 곳으로 유명한 남원집과 대를 이어온 새집이 유명하다. 새집은 현재의 자리에서 1957년 박귀남 창업주가 개업을 하였다. 지금은 며느리가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예전에 한옥의 정원에 새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 들어서 상호를 새집이라고 했다고 한다.

홍송으로(紅松) 만들어진 100년 넘은 한옥은 정겨움이 든다. 예전 시골 한옥집의 향수가 느껴졌다. 한옥의 방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 잊고 있던 감성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일하시는 두 분이 큰상을 힘겹게 들고 들어온다. 아랫목에서 상차림을 받는다. 음식을 대하는 순간 행복함이 밀려들어온다.

순창 새집의 석쇠불고기.이미지 확대보기
순창 새집의 석쇠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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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불고기와 돼지불고기, 조기구이, 된장찌개, 각종 젓갈, 나물, 장아찌 등 30여가지 가까운 음식이 상에 올려져 나왔다. 화려한 한정식이 아닌 투박한 느낌이 드는 백반과 같지만 정(情)이 듬뿍 느껴지는 상차림이다.

연탄불향에 거슬려 코끝을 자극하는 석쇠불고기 맛은 입안에 기분좋은 단맛을 느끼게 해준다. 돼지불고기 역시 연탄불로 구워서인지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매콤하면서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된장찌개는 구수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음식 하나 하나 균형감이 잡혀 있다. 장맛을 제대로 구사하는 오래된 한정식집의 내공을 온전히 음식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성석제의 산문집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맛을 본다는 것은 바로 소풍 같은 것이라고 했다. 즐거움이 가득한 소풍 나들이에서 정성이 들어간 어머니의 밥상을 받은 것 같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