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강은교 시인의 '물길의 소리'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했다. 시인에게 흘러가는 물소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녀는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라고 했다. 물소리는 단지 물소리가 아니라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라고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면 또 다른 물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라고 했다. 시인에게 물소리는 물이 흘러가며 만나는 모든 것들의 관계의 소리이고 듣는 사람의 귀와 가슴과 심장으로 흐르는 감각의 소리라고 했다. 물소리는 하나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의 물소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몇 일 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인면조가 등장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인간을 닮은 새로 무병장수와 평화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모습이 낯설고 기괴해서 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낯설다는 감정은 ‘최초의 것’이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통과의례다. 무난했다면 평범했다고 실망했을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아날로그적 감수성의 극단을 보여 준 그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자, 남은 것은 당신의 감수성이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발길에 무심코 차이는 대추 한 알에서 당신은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날의 인고의 시간을 알아채고 느낄 수 있겠는지. 감(感) 수(受)할 수 있겠는지.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