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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자신의 맛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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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자신의 맛 스타일

조기형 맛평가사
조기형 맛평가사
맛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거정보에 의한 판단이다. 성장기의 각 단계를 나이별로 구분해보면 맛에 대한 호응도가 각기 다르다. 유아기에서 7세 정도까지 즐기는 맛은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맛의 기억이 깊게 각인된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이때는 대부분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부모들이 어린아이를 위해서 맛집을 찾지 않고 가장의 선택권이 우선한다. 그래서 부모님이 가지는 성향에 따라 보편적인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맛의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강력하게 스며든다.

성인이 되는 19~20세 이전의 맛은 대체적으로 경험을 기반으로 저장된다. 이때의 맛의 기억은 인체의 성장을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두뇌 발전의 향상과정을 7세, 12세, 19세, 25세, 35세, 45세로 나누어보면 이때의 단계마다 맛의 기억 조건이 달라진다. 경험과 이해를 구분하는 19세부터는 맛의 기억이 경험보다는 이해를 더 많이 추구하게 된다.
35세가 넘어서면 고정관념이 굳어지면서 자신의 생활방식이 기존의 이해와 습관에 의한 관성으로 대부분 진행된다. 이때부터는 새로운 맛의 탐구가 그리 즐겁지 않은 시기이다. 자신의 신념이 굳건하게 자리 잡은 45세가 넘어서면 더더욱 쉽지 않다.

부모님의 지역에 따라서 어릴 때 즐겼던 맛으로 자신의 맛이 굳어진 사람도 있지만, 청소년기의 학교생활을 통해서 5~6년씩 기숙생활을 하게 되면 단체급식으로 인해 정해진 패턴으로 보편적인 맛의 기억이 고정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맛의 고정은 두뇌의 성장기를 멈추게 되는 25세를 넘기기 전에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오래도록 지속된다. 두뇌의 성장이 멈추면서부터 그 나름대로의 활성기로 이어지는 35세 까지는 다양한 맛의 수용이 관대할 때이다.

맛의 기준은 참으로 걷잡을 수 없이 다양하게 연출된다. 17살의 학생이 즐기던 피자를 45세의 직장인이 함께 즐길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60세에 접어들면 자신의 스타일이 굳어졌을 경우이기에 맛의 고정이 확고하게 진행되었을 경우이다. 여기서 즐기는 맛을 20대와 비교하게 되면 선호도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즐겼던 어린 시절부터의 맛이 잠재적으로 지금의 맛에 반영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맛을 즐기는 스타일이 고정화되어 있다. 맛의 기억이 유아기부터 기억으로 쌓인 정보의 반영이지만, 4세 이전의 기억은 대부분 떠오르지 않기에 잠재적으로 작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 유전적인 정보의 영향이 더해지기도 한다.

나이가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즐기는 맛의 기준을 정하려면 매우 혼돈스럽다. 나이도 중요하지만, 살아온 과정과 맛의 지식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장형 식품의 발전과 외식문화의 성장으로 인해서 이러한 혼돈이 좁혀지고 있다. 그 전에는 맛의 기준을 통계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이제는 공장형 대량생산으로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에 보편적인 맛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자신만의 맛의 기준을 가지는 것은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많다. 인스턴트식품과 외식을 자주 즐기는 횟수가 많으면 맛의 기준이 편향적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맛은 과거로부터 유입된 정보에 의해서 고정화되기에 새로이 맛의 정보를 유입하면 앞날의 맛은 변화를 일으킨다. 고정화된 맛을 즐기는 것은 매우 광대한 능력의 감각체계를 극히 일부만 활용하는 것으로 이를 확대시키면 활용하지 않았던 더 많은 감각이 활성화 된다. 그만큼 두뇌의 활성지수는 높아진다. 지금 즐기는 맛이 주는 감동이 미래의 행복지수를 주도하고 있다. 오늘은 미래의 행복을 더 확장시키기 위해서 평소에 즐기지 않던 음식에 도전을 해봐야겠다.

조기형 맛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