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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사명 변경 기업 주가 3배 날았다… 전문가 "IT 버블 시대 닷컴기업 폭등 방불 투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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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사명 변경 기업 주가 3배 날았다… 전문가 "IT 버블 시대 닷컴기업 폭등 방불 투자주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적거나 무관한 경우도 많아 투자자 손실 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가치 버블 현상은 IT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명칭에 '닷컴'을 넣었을 때와 동일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가치 버블 현상은 IT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명칭에 '닷컴'을 넣었을 때와 동일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인기에 힘입어 회사 명칭에 '블록체인' 표기를 넣은 기업이 회사명 변경 후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T 버블 시대의 '닷컴 기업' 급증을 방불케 한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의 가치는 지난해 12월 이후 50% 이상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관련한 종목의 주식 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이 들어가도록 사명을 바꾼 기업은 변경 후 주가가 평균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러한 기업의 수입은 정작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이 적거나 무관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매출 실적이 전혀 없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분류할 수 있는 영국의 '스테이플톤 캐피탈(Stapleton Capital)'은 올해 1월 22일 사명을 '블록체인 월드와이드(Blockchain Worldwide)'로 바꾼 이후 순식간에 주가가 2배로 뛰었다.

결국 이러한 버블 현상은 IT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명칭에 '닷컴'을 넣었을 때와 동일한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결국 각국의 규제 당국은 블록체인을 넣은 사명 변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미국 동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록체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광고하는 중국기업 'UBI 블록체인'에 대한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SEC는 "비정상적이고 설명되지 않는 시장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이 공개한 잠재적으로 부정확한 정보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1월말 이스라엘 증권감독국(ISA)이 상장된 가상화폐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블록체인 마이닝'은 곧장 상장 위치 변경을 발표했다. 로이 세백 블록체인 마이닝 CEO는 당시 "우리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ISA의 공격에 대해 막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지만, 법안이 적용된다면 다른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UBI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마이닝이 회사명 변경 후 주가가 비정상적인 상승을 보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UBI는 단기간 상승률이 무려 1000%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이후, 두 종목 모두 거의 모든 상승분을 잃음으로써 많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옥스퍼드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핀테크를 연구하고 있는 후이 응우옌 트리우(Huy Nguyen Trieu) 박사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 버블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T 버블 당시에도 프랑스텔레콤이 사명을 프랑스텔레닷컴으로 바꾸자 주가가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IT거품 시대에 회사명 변경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은 프랑스텔레콤만은 아니다. 퍼듀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12월 시점 조사 결과 '닷컴', '닷·인터넷', '인터넷' 등의 표기를 사명에 편입한 기업 95개는 회사명 변경부터 10일 이내에 주가가 74%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당국의 감시 강화 등으로 올해 들어 40% 하락했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긴 하지만, 미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많은 사업에 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에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 또한 알려져 있는 현 시점에서, 이토록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며 트리우 박사는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또한 가상화폐의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기업은 다시 사명 변경에 따른 주가 상승이라는 트릭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일리노이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IT 버블 붕괴 이후 닷컴 기업으로서의 이력을 지우고 사명을 바꾼 기업의 대부분은 이후에 주가가 또 같은 정도로 상승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이러한 변칙적인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결심은 모두 본인의 책임이 동반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조치에도 한계가 있음을 간파해야 할 것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