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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포기...엇갈리는 표정들 대우건설 ‘억울’, 호반건설 ‘유감’, 산업은행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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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포기...엇갈리는 표정들 대우건설 ‘억울’, 호반건설 ‘유감’, 산업은행 ‘당황’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본사.이미지 확대보기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본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우발손실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8일 산업은행에 전달하며 유감을 표했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로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안개 속이다.

호반건설은 이날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진행하였고, 이에 대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며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일 대우건설은 공시를 통해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주문제작한 고압급수과열기 튜브가 손상돼 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추가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손실 반영으로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73억원에 그쳤다. 3분기까지 855억원이던 누적손실도 4225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한 MOU체결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도중 발표된 깜짝 소식에 업계가 술렁였다. 특히 대우건설이 이를 미리 산은에 알리지 않았으며, 대우건설에 잠재적 부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잠재적 부실’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3000억원은 자재가 주문 제작해야하는 물건이고, 공사기간과 운반비용에 따른 손실이 모두 합쳐진 최대 예상 손실금액”이라며 “수주산업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에 선반영시킨 것일 뿐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 실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에 문제를 알려준 것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끝나고 난 1월 말이다. 조사를 마치고 정확한 손실금액을 산은에 통보한 것이 6일”이라며 “사고를 인지하고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일 뿐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려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산은은 “사실을 미리 접하기는 했으나 정확한 손실 금액도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공식적으로 공시가 되지 않은 사항을 오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산은이 처음 인지했을 때는 몰라도 실적 공시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접촉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수 중단은 내부적인 회의를 거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업손실에 대한 것만 의사결정에 반영한 것은 아니고 현재와 미래의 위험요소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충분한 고심 끝에 인수 작업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산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바로 매각 대상자 선정 절차를 다시 밟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 동안 호반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많이 있었다. 또 최종 입찰에 호반만 뛰어들었다는 것은 업계 내 대우인수 의지가 약하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측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매각 절차를 다시 밟을지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