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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 집값 “나 잡아봐~라" vs지방 집값 "나 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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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 집값 “나 잡아봐~라" vs지방 집값 "나 좀~ 살려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 더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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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감하는 주택 시장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서울 강남3구와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부동산 가격은 수직 상승하는데 반해 지방 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 집값은 ‘나 잡아봐~라’하는 반면 지방은 ‘나 좀 살려줘~’하는 양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흐름이 정부의 정책과 기대와는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집값... ‘나 잡아봐~라’


8·2 부동산대책 등 정부 출범 이후 강남 지역의 집값은 가파른 상승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재건축 '바로미터'인 서울 송파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 아파트 실거래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9개월 만에 3억500만원 상승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기준 1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실거래가는 꾸준히 올랐다. 8·2 대책 직전인 지난해 7월에는 15억7000만원의 실거래가가 형성된데 이어 지난 1월 18억원에 거래됐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의 주택 평균매매가격은 7억98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2%뛰었다. 국민은행이 관련 통계치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금액이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안정을 위해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핀셋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여파로 일부 단지의 사업진행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대심리로 인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직전과 같은 양상이다. 다행인 것은 참여정부 시절보다는 상승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임병철 연구원은 “여러가지 정책들이 발표됐고 시장이 잠시 요동치긴 했다. 그러나 신(新)DTI, 초과이익환수제 등 올해 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대책 이후에도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이슈가 있는 곳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언론에서 말하는 ‘똘똘한 한 채’와 같은 인식 때문이라기보다 재건축에 대한 실효성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지방 집값...‘나 좀 살려줘~’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 잡기에만 주력하는 사이 지방 부동산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 부산과 경남, 충청 등 지방 부동산 가격은 5개월째 곤두박질치고 거래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이다. 부산 집값은 5개월째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해 8월 100.2%를 기록한 집값은 점점 내려가더니 올 1월 99.6%까지 떨어졌다. 경남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5% 이상 하락세를 보여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구(0.05%), 전남(0.04%), 광주(0.04%)는 소폭 상승했고, 세종(0.00%)과 제주(0.00%)는 보합, 충북(-0.20%), 충남(-0.18%), 경남(-0.17%) 등은 하락했다.

문제는 강남 집값은 치솟고 다른 지역은 떨어지거나 소폭의 오름세를 유지한다면 '부동산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실수요자까지 정부 대책에 비판의 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민감한 실수요자인 신혼부부들은 오히려 집 사기가 '힘들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과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한 신혼부부는 “정부에서 중도금 대출 범위를 늘려주긴 했지만 강남 주변 집값도 같이 상승해 부담은 똑같다. 우리는 이제 막 결혼해서 아이도 없어서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청약에서) 밀리는 상황인데 이처럼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는 정부 대책에 울화가 치민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8·2대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안정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역 '비대칭효과'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장은 “2017년 주택 매매시장은 주택공급 확대와 지역경기 부진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된 지역이 있는 한편,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8·2대책 등의 규제 정책이 필요한 지역이 있는 등 지역별로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