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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은행의 이상한(?) 등식론 '비리=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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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은행의 이상한(?) 등식론 '비리=관습'

금융증권부 석지헌 기자.
금융증권부 석지헌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와 그 사회 구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 관습(慣習)을 놓고 하는 말이다. 관습 가운데 악습도 존재한다. 어떤 악습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쳐지지 않은 채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뒤 사회 구성원들조차 감각이 무뎌져 사회 관습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런 폐단을 적폐(積弊)라고 한다.

적폐는 공평사회의 근간을 흔든다. '꼼수'가 난무하고 힘의 논리를 앞세운 갑을 관계가 묵인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적폐는 마땅히 청산 대상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금융권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권의 적폐가 확인된 셈이다. KB국민 KEB하나은행은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전원이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필기시험도 통과한 사람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 면접 점수를 조작해 이른바 SKY 대학과 외국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합격시켰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태도는 다소 의외였다. 이들 은행은 이 '사회적 통념상 허용되는 관습'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과 함께 "늘상 해오던 관행"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관습 혹은 관행을 내세운 해명을 통해 적폐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이다. 관행으로 포장된 적폐는 때문에 또다른 사회 구성원이 피해를 본다면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

은행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그 '관행'의 결과가 취업이라는 힘든 관문을 뚫기 위해 노력한 누군가에게 치유되기 되기 힘든 상처와 좌절을 안겨줬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늘상 해오던 관습에 '비리'라는 프레임을 씌워 악(惡)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해서 은행들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알아야 한다. 법과 관습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또한 상대의 권리와 특성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관습의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이미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준비과정에서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들을 '취준생의 독' 혹은 '적폐의 대상'이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할까.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