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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의 인식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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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의 인식조절

조기형 맛평가사
조기형 맛평가사
맛을 즐기는 것은 인식에서 시작된다. 음식을 바라보면 침이 나오는 시각의 맛도 있지만, 소리가 많은 음식을 접할 경우 소리에 집중이 가중되는 청각의 맛도 있다. 맛은 이러한 감각반응으로 표현된다. 음식에 대한 맛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면 그 음식의 반응이 고정관념으로 국한된다. 그런데 맛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노력을 더하면 맛이 주는 감동이 커진다.

맛을 인식하는 과정은 대부분 자연스레 일어나는 자동인식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된다. 음식을 접하면 있는 그대로 느낄 때가 그런 경우이다. 그런데 인식에 대한 노력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인식에 대한 노력을 더하면서 즐기는 맛이다. 맛은 인식에 의한 결실인데 인식할 때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서 맛을 즐기는 경우가 달라진다.
인지과학은 인식에 대한 학문이다. 맛을 즐기는 과정은 이러한 학문이 반영되어 있다. 미식가들이 즐기는 맛은 인식에 대한 자기의지가 반영된 맛이다. 요리사의 실력에 의한 맛도 있지만, 맛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같은 음식을 먹는 데도 누구는 맛있게 먹지만, 누구는 맛없게 먹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맛을 즐기는 인식방법과 연관되어 있다. 인식의 과정은 교육으로 기억되어 있고, DNA에 저장된 기억의 반영이다.

음식의 맛을 느낄 때에는 대부분 습관화된 인식을 사용하지만, 인식에 대한 노력을 더하면 맛의 경험시간이 길어진다. 중년을 넘어서면 퓨전음식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 반대가 많다. 맛을 즐기는 방법이 자신만의 습관으로 굳어진 사람들과 맛을 즐기는 습관이 새로이 조성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맛을 즐기는 다양성을 논할 때이다. 여기서도 인식의 역할이 반영된다.

맛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미식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맛을 느끼는 방법이 반영되면 맛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다고 음식을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맛있게 먹는다는 이론과는 다르다. 맛을 즐기는 인식의 구체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맛을 느끼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맛을 느끼는 순간은 인식의 관점으로 볼 때 0.1초 단위에서 작용한다. 그런데 매운맛의 강력한 느낌은 몇 초 동안 진행된다. 이러한 맛의 특별함을 제외하면 대부분 짧은 시간의 인식으로 맛이 결정된다. 맛의 인식은 오감으로 인식되는 자극의 꼭짓점을 순간순간 옮겨 다닌다. 매우 빠르게 인식의 위치를 바꾸면서 습관된 인식이 반영된다. 우리가 즐기는 일상의 맛은 이렇게 진행된다.

미식가로의 진입은 맛을 느낄 때의 순간인식이 늘어날 때 시작된다. 맛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전두엽이 활발하게 작용하고, 그만큼 만족지수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도파민이 활성화 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오늘은 음식의 맛을 느끼는 인식의 시간을 늘려서 맛이 주는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늘려보자.


조기형 맛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