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처럼 각각의 성질이 다른 맛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비빔밥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전주하면 비빔밥, 비빔밥 하면 전주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전주 음식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주 비빔밥의 위치는 단연 첫번째다. 한국집, 중앙회관, 성미당, 가족회관, 고궁 등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집은 전주비빔밥의 원조로 불린다.
1952년에 개업하여 3대 65년째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전주비빔밥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곳이다. 한국집은 향토적 정감이 느껴지는 한옥에 아늑한 실내 정원을 볼 수 있다. 이곳 풍광은 비빔밥과 사뭇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소박해 보이는 밑반찬은 간이 잘 맞았다. 텁텁한 입안을 깨끗하게 해주는 시원한 콩나물국과 진한 맛이 나는 나박김치는 청량제 역활을 했다. 이 두 가지는 평범해 보이지만 비빔밥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활을 한다. 단팥죽에 찍어 먹는 찐빵처럼 한결 맛을 살려준다.
따뜻하게 데여진 놋그릇에 황포묵, 고사리, 애호박, 김가루, 참깨 등 각양각색의 재료들이 그릇 안에 모여 개성있는 색을 뽐낸다. 중앙에 올려진 붉은 빛이 도는 육회는 입맛을 다지게 하고 그 위에는 노란 빛을 내는 은행은 화룡점정 같았다.
젓가락으로 재료들이 뭉치지 않게 비빈 뒤 맛을 봤다. 황포묵의 찰랑한 식감, 나물 본연의 향, 고소한 맛이 나는 밥알, 여기에 부드러운 질감의 육회가 더해진 맛은 좋았다.
재료의 본연의 맛에 여러 재료가 한데 섞여 어울러지는 맛은 무엇보다 좋았다. 과한 맛이 아닌 비빔밥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첫숟가락부터 마지막 숟가락까지 입안으로 들어가는 맛은 한결 같았다. 오랫동안 대를 이어오는 곳은 그곳만의 비결이 있다. 한결같은 맛과 고집이 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