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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업계, "가능성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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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업계, "가능성 매우 높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사진=삼성엔지니어링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B동이 새 식구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오는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옥을 이전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던 두 회사의 합병설이 사옥 이전으로 불이 붙은 가운데, 최근 인사 등으로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9일과 11일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이영호 사장을 비롯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승진한 총 41명의 인사 중 건설부문에서 사장 1명과 부사장 3명, 전무 6명, 상무 13명, 마스터 2명 등 총 25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8명에 불과했던 지난해 승진자에 비해 3배나 많다.

삼성물산보다 한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최성안 사장과 전무 2명, 상무 5명 등 총 7명을 승진시키는데 그쳤다.

이영호 건설부문 신임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와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다. 부사장으로 선임된 이병수 부사장과 정찬범 부사장, 최남철 부사장은 각각 실무와 인사, 경영 쪽에서 경험치를 쌓은 인물들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 수주 감소와 주택 경기 침체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건설부문 매출은 3조12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050억원으로 31.4% 감소했다. 재무전문가인 이영호 사장을 선임한 이유가 결국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에만 2조8364억원의 수주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수주액은 4조9538억원으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30%나 증가했다. 여기에 4분기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수주하며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성안 신임 사장을 비롯, 새로 승진한 전무와 상무들은 모두 실무 전문가들이다. 특히 화공 플랜트 분야 전문가인 최성안 사장을 앞세워 수주 확대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실에 중점을 둔 인사를 펼친 삼성물산과 성장에 중점을 둔 인사를 펼친 삼성엔지니어링의 대비되는 인사가 합병 이후 밸런스를 고려한 셈법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합병설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은 삼성물산 내에 ‘EPC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 신설 소식이다.

EPC는 설계·조달·시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생긴 셈이다.

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의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맡는다.

김명수 부사장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TF장인 김 부사장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과 아예 합병 추진을 위해 김 부사장을 TF장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6일 남준우 삼성중공업 신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회생을 위해 회사의 합병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으면서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둘러싼 합병설에서 발을 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말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합병설에 대해 부인은 하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에 앞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본부급 규모에서 팀급 규모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두 회사의 '동거'가 그냥 동거인지, 살림을 합치는 중간 단계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