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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실권주 불똥…KB증권·한국투자증권 “모럴해저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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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실권주 불똥…KB증권·한국투자증권 “모럴해저드 아니다”

실권주 외국 장기투자펀드에 매각…소액주주 부글부글

현대상선 유증 이후 대규모 실권주를 떠안은 이들 증권사가 한 달도 안돼 실권주를 대량으로 처분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소액주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상선 유증 이후 대규모 실권주를 떠안은 이들 증권사가 한 달도 안돼 실권주를 대량으로 처분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소액주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오해일까?”, “주관사의 모럴해저드일까?” 현대상선 실권주 처분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 유상증자 주관사인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때 아닌 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였다.
유상증자 이후 대규모 실권주를 떠안은 이들 증권사가 한 달도 안돼 실권주를 대량으로 처분하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소액주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장기투자 목적의 롱펀드에 실권주를 매각하고 나머지 잔여 물량을 보유하는 등 주관사의 책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실권주 외국 장기투자펀드에 매각…소액주주 부글부글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6∼7일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규모는 1억2000만주(약 6000억원)으로 메가톤급이다. 발행가격은 5000원이다.

주관사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흥행은 저조했다. 현대상선은 1억20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결과 61.2%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권주 38.8%, 약 4660만주는 시장에서 무난히 소화됐다. 부진한 실권주 일반공모에도 불구하고 남은 실권물량에 대해 잔액 인수 계약을 맺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 2328만917주, 2332만7157주씩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금액은 각 1164억원, 1166억원 규모다. 상장 후 총 보유 지분율은 각 7.43%, 7.55%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증 참여자인 개인투자자는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아울러 현대상선 주가가 한 때 유상증자 가격 이하로 떨어졌어도 주관사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일부 물량을 매각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지난 2일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약 30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매매가격은 인수가격인 5000원 아래로 소폭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유증 참여 소액주주의 경우 주관사가 자기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앞서 ‘시장 안정을 통해 주관사가 장기 보유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터라 시장질서 교란, 부정거래 등 모럴해저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소액주주 A씨는 “장기 보유 검토 직후 물량을, 그것도 발행가격보다 낮게 팔지 않았으냐”며 “주관사들은 수수료라도 챙겼지만 주관사의 말을 믿은 소액주주들은 손해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B씨도 “주관사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격”이라며 “이제 장기투자 롱펀드라는 주관사의 말도 믿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적절한 인수자에게 매각, ECM(주식자본시장) 시장 위축 우려


하지만 이들 주관사 역시 사실이 부풀려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 모두 논란이 된 장기 보유와 관련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장기 투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며 “단 시기가 적절할 때 엑시트(Exit)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언론에 보도되며 사실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매각도 최대한 장기 보유의 큰 방향과 맞춰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실권주 물량의 경우 장기성향의 롱펀드뿐만 아니라 단기성향의 롱숏펀드 등 외국계 여러 헤지펀드들로부터 인수제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식가격 안정을 최대한 고려한 결과 장기 투자펀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나머지 물량은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빠진다면 우리도 손해를 입는다”며 “롱숏펀드는 아예 배제하고 비교적 장기 투자 성향을 지닌 롱펀드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는 게 투자자들의 시선이다. 지나치게 빠른 타이밍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실권주 인수 뒤 한 달도 안되 블록딜을 실시하며 성난 투심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라는 것.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타이밍보다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보유하고 있다가 파느니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펀드에 넘기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상선 실권주 논란으로 ECM(주식자본시장)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판단일 뿐 이후 주관사의 실권주 처리까지 문제시할 경우 인수부담이 가중돼 주관 업무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CM 부서 관계자는 “가격은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는데, 만약에 블록딜을 넘긴 뒤 주가가 올랐으면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권주에 대해 보호예수 기간을 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규정대로 지키면 되고 없는 곳은 적절히 시기를 봐서 엑시트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먹튀로 꼽는 이번 402억원(각 201억원) 수수료도 리스크 대비 수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보통 회사가 우량할 경우 유상증자 물량을 구주주들이 받아가며 주관 수수료도 크지 않은 편이다”며 “거꾸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현대상선은 주관사가 실권주 발생 가능성을 염두해 잔액 인수계약을 맺는 등 리스크 대비 수수료를 더 받는 것은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실권주 처리는 보통 주관사와 발행기업이 협의해 결정한다”며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주식인 실권주가 즉각 풀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며 주주들도 그 위험성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