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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게임계 전망③] 엔씨소프트라고 쓰고 '리니지M'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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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게임계 전망③] 엔씨소프트라고 쓰고 '리니지M'이라고 읽는다

리니지M으로 성장했지만 리니지M 없이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 2018년 엔씨소프트의 과제다.이미지 확대보기
리니지M으로 성장했지만 리니지M 없이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 2018년 엔씨소프트의 과제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오픈 마켓 3위면 1위나 다름없습니다. 리니지형제들은 일단 제쳐두고 순위를 계산하는 게 맞아요.”

리니지 IP(지적재산권)의 힘을 방증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지난 2017년은 ‘리니지’의 해였다. 지난해 6월말 한국에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은 시작과 동시에 오픈마켓 1위를 차지하며 한 때 일매출 60억원을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 성공도 엔씨소프트를 웃게 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지적사용권)에 대한 로열티로 넷마블측으로부터 리니지2레볼루션 매출의 10%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도 리니지M은 굳건

올해에도 리니지의 강세는 계속된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리니지M은 일매출 40억원 수준에서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 12월 중순 대만에서 출시한 리니지M도 일매출 20억∼30억원의 양호한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 시장 입장권인 ‘판호’만 발급되면 리니지M은 중국에서 대만 이상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로열블러드’, ‘검은사막 모바일’, ‘야생의 땅: 듀랑고’ 등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리니지M에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니지M의 독특한 게임성 때문이다.

리니지M 이용자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이다. 과거 PC로 리니지를 즐겼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단순 반복 사냥, 높은 과금성, 불편한 조작감 등은 현재까지 리니지M에 남아 있는 유저들에게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리니지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신규유저가 리니지M에 불만을 표하면 골수 유저들은 “리니지는 원래 그런 게임”이라며 책망의 말을 던진다. 절이 싫었던 중들은 떠났고, 현재 리니지M에 남아 있는 유저들은 그야말로 ‘고인물’들이다.

현재 리니지M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게임에 막대한 돈을 투입한 이가 대부분이다. 수백에서 수 천 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리니지M에 지불한 이들이 다른 게임으로 전향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높은 과금성은 유저 이탈을 막는 철책이 된다.
개인 간 거래 시스템 도입을 통해 리니지M에 또 한 번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다른 유저에게 자신의 아이템을 현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게임 내 아이템의 높은 환금성이 리니지의 매력(?) 중 하나라는 건 알 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한국, 아니 세계 어디에서 리니지 같은 IP는 없다.

◇엔씨소프트 PC에서 모바일로의 엑소더스(대탈출)


올해에는 엔씨소프트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성공방정식을 재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엔씨의 게임들은 리니지M처럼 자사 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것이 대부분이다. ‘리니지2M’, ‘아이온템페스트’, ‘블레이드&소울M’, ‘블레이드&소울2’ 등이 그렇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에서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의 75.7%에 달하는 5510억원을 거둬들였다. PC 플랫폼 게임들의 매출은 하락세다. 리니지가 354억원, 리니지2 156억원, 아이온 102억원, 블레이드 & 소울 380억원, 길드워2 201억원 등인데 길드워2외에 모든 게임에서 큰 폭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작년 8월 기준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전담인력 비중은 40%까지 상승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엔씨의 모바일 전담 인력은 '0'에 가까웠다. 올해 다양한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전담 인력 비중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는 지난 2016년 12월 ‘블레이드&소울’을 월과금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한데 이어 17일 ‘아이온’도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 날로 떨어지는 유저수와 매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블레이드&소울도 부분유료화 전환 이후 매출이 반짝 상승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다시 매출이 감소했다. PC 플랫폼 게임의 전체적인 유저 수 저하 뿐만 아니라 동일 IP를 사용한 모바일게임으로 유저들이 이동하면서 생긴 ‘자기잠식’도 원인으로 꼽힌다.

◇리니지M의 영광, 리니지M의 덫


리니지M의 기록적인 성장은 엔씨에게 영광이자 부담이다. 출시예정 게임들이 리니지M만큼의 성과를 올릴 거라 장담키 어렵다.

리니지M은 원작을 모바일환경에 맞춰 UI(유저인터페이스)를 다듬고 출시한 이식작에 가깝다. 리니지는 1세대 PC MMORPG로, 시스템이 간단하고 그래픽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게임이다. 그만큼 모바일 이식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반면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M 등은 같은 방정식으로 게임을 구현하기 어렵다. 리니지2와 블레이드&소울은 리니지 보다 발전된 그래픽과 시스템을 갖춘 게임들이다. 리소스, 발열, UX 등 개발시 고려해야 할 난제들도 리니지M보다는 곱절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집중한다면 일부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구동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원작의 팬들이 바라는 바(니즈)도 리니지M과는 다르다. 아이온과 블레이드&소울은 장기간 월정액제로 서비스된 게임이다. 부분유료화를 채택하는 모바일게임으로 제작된다면 원작의 팬들이 이를 얼마나 반길지도 미지수다. 리니지M처럼 만들다가는 시장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

리니지M의 높은 과금성은 지속적으로 엔씨의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년간 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기업 이미지 높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리니지M의 존재감을 감추기는 어렵다. 매출에서야 리니지M이 효자지만 유저들에게 소구하는 기업이미지 구축에서 리니지M은 걸림돌이다. 리니지M으로 모바일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이젠 리니지M으로 쌓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하는 역설적 과제가 2018년 엔씨소프트 앞에 놓여 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