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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국제대교'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감리까지 엉망...돈 아끼려다 벌어진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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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국제대교'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감리까지 엉망...돈 아끼려다 벌어진 '인재'

대림산업, "결과 받아들이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할 것"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 중인 김상효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 중인 김상효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장. /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벌어진 평택국제대교 붕괴 사고 조사 결과 설계 과정부터 시공, 감리 등 전 단계에서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장 책임자가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시공사인 대림이 돈을 아끼려다 벌어진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발생한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 조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26일, 경기 평택시 평성읍 신대리에서 건설 중이던 평택 국제대교의 상판 4개(개당 60m)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한 상판 4개는 교각 6개가 지탱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교각 1개가 무너지면서 상판 4개도 함께 무너져 20여m 아래 호수로 떨어졌다. 사고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조사위는 “상부 거더(상판)가 “상부 거더(상판)가 상판을 자르려는 형태의 힘에 버티는 강도를 검토할 때 문제가 있었다”며 “구조상 상관이 없는 중앙부 벽체가 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처럼 계산했고 외측 벽 부분에 배치된 추가 강선 설치용 파이프 공간 단면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강선이 배치되는 부분의 벽체 두께가 얇아 보강용 철근을 시공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상부 공사의 핵심 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공사 시방서에 누락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설계 결함이 시공에 들어가기 앞서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된 것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공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조사위는 상부 거더 벽체 시공이음부 및 세그먼트 접합면 처리 미흡, 정착구 공급사에서 제시한 제원과 다른 보강철근 배치, 시공 상세도와 상이한 벽체 전단 철근 설치 등 시공상 품질관리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공자와 감리자가 기술적 검토를 소홀히 한 정황도 드러났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사업관리를 허술하게 한 정황도 드러났다. 발주청에 하도급을 통보할 때 간접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하도급률을 산정하고 발주청의 하도급 적정 심사를 피해가려고 한 사실이 적발됐다.

사고조사위는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낙찰 금액 대비 하도급 업체 지급액 비율을 의미하는 하도급률도 76%에 불과했지만 간접비를 계산 과정에서 빼 84%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현장 대리인을 비롯한 공사 및 품질 담당 직원들을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으로 채워 현장 감리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설계부터 감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자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조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사비용을 아끼려다 벌어진 인재였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해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이전에는 사고조사가 끝나면 조사 보고서만 발주청과 인허가기관으로 보내 처분을 맡겼지만 이번 사고는 건설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일벌백계한다는 원칙 아래 제재 절차를 엄정히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