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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④] '한 방'의 우울한 속내… '임금'과 '노동'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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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④] '한 방'의 우울한 속내… '임금'과 '노동'의 좌절

"정부는 국민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백승재 기자] [한방사회①] “오늘밤도 가즈아~” 가상화폐에 빠진 2030

[한방사회②] 불티나는 로또, 모바일 게임 ‘랜덤 박스’, 그리고 도우미들
[한방사회③] "강남 가즈아!" 가상화폐 판과 다를 것 없는 부동산 판

[한방사회④] '한 방'의 우울한 속내… '임금'과 '노동'의 좌절

가처분소득은 좀처럼 오르지 않지만 물가, 빚 부담은 늘어난다. 청년 실업률도 개선되지 않는다. 아버지보다 더 힘든 첫 세대. 2030이 노동과 월급보다는 한 방에 몰두하는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
가처분소득은 좀처럼 오르지 않지만 물가, 빚 부담은 늘어난다. 청년 실업률도 개선되지 않는다. "아버지보다 더 힘든 첫 세대." 2030이 노동과 월급보다는 한 방에 몰두하는 이유다.

가상화폐, 로또, 온라인에 만연한 스포츠 도박 사이트, 뽑기 아이템 그리고 강남 부동산 열풍까지. ‘한 방’에 몰두하는 그들을 단순히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기만은 힘들다. 대박을 외치는 속내에는 ‘노동’과 ‘임금’으로는 신분계급을 올릴 수 없다는 ‘좌절’이 강하게 깔려 있다.

20~50대는 일해서 월급으로 생활하는 세대다. 그들이 ‘한 방’에 몰두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월급만으로는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뛸 때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년 연속 제자리에 머물렀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3년째 뒷걸음질쳤다.

가처분소득은 전체 벌어 들인 소득 중 세금 등을 제외하고 소비·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자금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가계부에 실질적으로 여유가 생겨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은 4118만원으로 전년 4021만원보다 2.4%(97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도 가처분소득 증가율(2.4%)과 같다.

지난 2013년 5.0%를 기록했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014년 4.6%, 2015년 2.8%로 감소한 데 이어 2016년과 지난해 각 2.4%를 기록했다. 4년 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30세 미만과 일용직 근로자 가구의 소득 증가율 둔화가 두드러졌다. 30세 미만 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0.3% 감소하며 2015년(-1.0%), 2016년(-3.8%)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하며 전년(1.0%) 대비 0.9%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 2012년 2.2%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빚 부담은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부채 보유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가처분소득보다 4배 빨리 불어났다. 원리금 상환액은 2016년을 빼고 13∼17%대로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임금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한국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0.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0.7%)과 유로 지역(1.2%)보다도 낮다.

계급 간 격차는 확대일로다. 2017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계층(5분위)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1분위)에 견줘 몇 배나 되는지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가처분소득 기준)은 3분기에 5.18배로 지난해 3분기(4.81배)보다 악화됐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년 만의 분기 기준 최대치인 1.4%를 기록하는 등 경기는 회복됐다지만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 고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은 3.7%로 전년과 동일하다. 청년층 실업률은 9.9%이고, 청년층 실업자는 43만5000명으로 집계돼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실업률도 22.7%로 전년 22%보다 0.7%p 상승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자본소득은 노동소득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자본수익률 또한 경제성장률을 상회해 왔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질수록 자본은 밀집돼 부의 격차는 커진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한 번 정해진 수저 색깔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다같이 잘 살아보세!’에서 더 발전된 무언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계는 ‘다 같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 사실은 그간 언론과 서적을 통해 반복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됐다.

한 정치인은 “6·10 민주항쟁의 주역들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기성세대가 됐지만 그들의 자녀인 2030 세대는 경제적 빈곤과 양극화 속에서 또 다시 분노하고 있다”며 “어쩌면 아버지세대보다 더 힘들고 못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월급 300만원과 연 1회 해외여행”을 성공한 삶의 조건으로 꼽았다. 이 정도 조건도 대부분의 청년들 삶에 결핍돼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의 부제목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국민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 의미심장하다.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