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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③] "강남 가즈아!" 가상화폐 판과 다를 것 없는 부동산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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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③] "강남 가즈아!" 가상화폐 판과 다를 것 없는 부동산 판

2030은 '비트코인', 4050은 '강남코인'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백승재 기자] [한방사회①] “오늘밤도 가즈아~” 가상화폐에 빠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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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가상화폐가 있다면 4050에겐 강남 부동산이 있다. 안정성, 투자 방식등 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 방'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규제에도 투자 심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사진=뉴시스
2030세대에게 가상화폐가 있다면 4050에겐 강남 부동산이 있다. 안정성, 투자 방식등 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 방'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규제에도 투자 심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사진=뉴시스

40·50대는 “강남 가즈아!”를 외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최근 거래 문의가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40·50대 문의가 많아졌다. 절반 정도는 투자 목적으로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 규제에도 ‘쑥쑥’… 강남불패 인식 팽배


지난해 정부의 잇단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과열된 시장을 잠시 안정시켰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단지 집값은 정부의 규제에도 아랑곳않고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 값은 재건축 붐이 일어난 2015년 3.3m²당 3000만원을 넘어 4000만원을 돌파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고 심지어 지방에서는 매매가가 계속 하락하는데도 강남 집값만 상승하자 시장에는 “강남 집값은 절대 안 떨어진다”는 ‘강남불패’ 인식이 팽배하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주택 매매 수급지수는 전달보다 9.3포인트 오른 116.7이었다. 이는 감정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매매 수급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꾸준한 수요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42%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는 0.7%, 송파구는 무려 1.1%나 뛰었다.

◇ “강남 못가면 서울이라도 가즈아!”


이미 오를대로 오른 강남은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투자할 엄두도 못낸다. 연일 오르는 강남 집값이 부러운 사람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서울 다른 지역에 투자한다. 시총 1위인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못한 사람들이 리플 등 다른 가상화폐로 눈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강남권과 인접한 신도시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이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분당(0.49%) △판교(0.21%) △위례(0.20%) △광교(0.04%) 순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이 2030세대라면,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이들은 4050세대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자체 통계와 통계청·국민연금연구원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유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대는 69%, 50대는 73%로 나타났다.

이들이 부동산에 몰두하는 건 '학습효과' 탓이 크다. 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프리미엄이 붙어 2~3년 새 아파트가격이 2배 넘게 뛰는 경우도 있었다. 발 빠르게 아파트를 산 이들은 ‘대박’을 쳤지만 어떤 이들은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부동산의 가치를 피부로 느낀 이들은 부동산을 최고의 투자처로 여긴다. 4050세대는 자가 주택 소유 욕구가 가장 큰 세대이기도 하다. 실수요와 투자자가 몰리면서 강남은 ‘강남코인’이 됐다.

◇ 전문가들 단기투자에 ‘경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비트코인처럼 단기적인 투자처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자신의 자금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박사는 “최근 4050세대는 물론 5060세대도 부동산에 많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은 자산가치가 안정적인 투자처지만 단기적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이 일어나고 역전세난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면서 “자산가치가 안정적이라고 부동산이 마냥 오르는 자산은 아니다. 만약 지금 가격이 거품이라고 한다면 연내 정부가 꺼낼 카드와 시장의 힘에 따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 상황 변동률이 매우 공격적이다. 주간 변동률이 높은데 과열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 센터장은 “현재 높게 형성된 시장가격은 실거래로 인한 가격 부양이라기보다 매도자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건전한 시장에서 생긴 가격 상승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유통 가능한 매물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서 구입하면 모르겠지만 시세 가격 상승을 노리고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유세 카드 등 정부의 규제 칼날이 어떤 식으로 날아올지 모른다. 현재 시장은 먹구름이 낀 게 맞다. 다만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강남 등 아파트를 대상으로 고강도 단속을 예고했다. 경제부총리가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단속을 예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예고에 비트코인, 리플 등 가상화폐 가격은 30% 이상 폭락했다. 몇 번이나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를 예고했지만 실제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를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현재 모습은 '한방'을 외치는 가상화폐 바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