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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한파∙폭염 피해 극심…슈퍼엘니뇨 이후 발생한 '라니냐'에 의한 예고된 기상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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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한파∙폭염 피해 극심…슈퍼엘니뇨 이후 발생한 '라니냐'에 의한 예고된 기상이변

북반구, 날씨 거칠고 추위 극심한 겨울
남반구, 기온·습도 높은 폭염 지속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북서부 지역에 토요일 밤에 강타한 폭설로 수십 km 구간의 고속도로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료=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북서부 지역에 토요일 밤에 강타한 폭설로 수십 km 구간의 고속도로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료=트위터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적인 한파가 전 세계를 냉동고로 만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폭설로 인해 전기가 끊기고, 항공기 이착륙은 물론 교통 대란에 이어 바닷물까지 꽁꽁 얼리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한파가 1주일 동안 지속되면서 피해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북동부 전역이 맹렬한 눈보라에 습격당했으며, 동해안 일대에서는 갑자기 불어닥친 눈보라로 수만 가구가 정전되고 교통 혼란이 생기는 등 곳곳에서 인명과 피해 소식이 이어졌다.
주말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시야 불량으로 항공기의 이착륙을 중단하면서 국내항공 5000편 이상이 결항되기도 했다. 이어 케네디 국제공항에서는 7일 도착 후 짐을 받는 지역 등에서 대량의 수도관 누수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당시 혹한의 영향에 의한 폭설로 항공편 지연과 취소가 잇따른 가운데, 수하물 수령 지역은 수백개 이상의 가방과 짐 등이 침수됐으며, 수하물과 함께 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피해는 엄청 큰 것으로 집계됐다. 누수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한파로 인한 급수시설 동파와 하수라인 동결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미국 북동부 일대에는 수천여 명의 방위군과 경찰 병력이 동원돼 구조 활동과 지원 등의 임무에 나서고 있으며, 당국은 눈보라가 지나간 후 급속한 기온 저하에 의한 노면 동결에 주의를 호소하고 있다.

최악의 한파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이어져 곳곳에서 피해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북서부 지역에 토요일 밤 강타한 폭설로 수십 km 구간의 고속도로에서 수천명이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드리드와 인근 세고비아 사이의 약 70km(44 마일)의 고속도로가 영향을 받았으며, 고립된 운전자들은 24시간 가까이 음식을 먹지 못했고, 연료가 떨어진 일부 운전자는 최대 18시간 동안 히터도 없이 갇혀 있었다. 현재 스페인 정부는 긴급구조대원과 군 병력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기록적인 한파와는 정 반대로 호주 시드니는 158년 만에 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했다. 호주 남동부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에서는 6일(이하 현지 시간) 낮 기온이 40℃를 넘어가면서 50곳 이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에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대규모 산불로 이어졌다. 결국 7일 호주 당국은 산불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외에서 화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특히 이날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의 서부 펜리스는 1939년 이후 가장 더운 기온 47.3도를 기록했다. 호주에서는 작년 여름(2016년 12월~2017년 2월) 맹렬한 폭염과 산불, 홍수 등의 자연 재해가 잇따르면서 기상 관련 기록이 200건 이상 업데이트 된 바 있다.

올 겨울 발생한 혹독한 지구촌 각지의 기상 이변은 이미 예고된 기상현상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연말 태평양에서 발생한 라니냐(La Niña)의 영향으로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됐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8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라니냐 선언에 이어, 12월 5일 호주 기상청(BOM)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을 밑돌아 라니냐 현상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라니냐 현상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EL Nino)와는 정 반대인 이 현상의 결과, 북반구 지역에서는 날씨가 거칠어지기 쉽고 추위가 극심한 겨울이 되는 반면, 남반구에서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 폭염이 지속된다.

특히 이번 라니냐는, 2016년 8월부터 1월까지 지속된 라니냐의 후속 버전으로 연이어 나타났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평균 4~5년을 주기로 발생했는데, 2015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 특이하게 매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라니냐 현상은 일반적으로 호주의 늦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평균 이상의 강수량을 동부 지역으로 가져온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지역을 확대해보면, 중앙과 동부의 강수가 서부로 몰리는 현상으로 대서양 동부와 인도네시아, 호주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린다. 더운 지역에서는 폭우로, 한파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눈과 빙설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열대 태평양의 기상 이변의 파장이 상상외로 넓게 퍼지고 있으며, 그 정도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반부의 기록적인 한파와 남반구의 폭염이 라니냐의 영향으로 최악의 기상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농업과 어업, 임업 등 기상변화에 민감한 산업일수록 철저히 대비하고, 주택과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