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어떤 재료를 넣는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 맛의 표현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필자에게 비빔밥은 어릴때부터 친숙했다. 집안 행사나 제사가 끝나고 나면 어머니는 넓은 양푼이에 갖은 나물을 넣어 비벼 주셨다. 어릴때는 그 맛을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맛의 매력이 그리워진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집안 행사나 명절날 나물을 듬뿍 넣어 비벼 먹게 된다. 고추장에 고소한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하고 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기도 한다.
비벼 먹는 그 맛은 늘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가끔은 맛있는 비빔밥 맛을 찾아 훌쩍 떠나 본다.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단연 진주‧전주‧울산이 가장 인상 깊다 할 수 있는 지역이다.
화려한 멋을 볼 수 있는 전주, 소박하지만 그 맛이 좋은 진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함양집 본점이 있는 울산이다. 우리나라 비빔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함양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었다.
함양집은 1924년 문을 연 뒤 4대 90년 넘게 이어오는 노포 음식점이다. 상호는 창업주의 고향 함양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탕국과 함께 나오는 함양집 비빔밥은 진주의 옛 비빔밥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탕국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담백하면서 슴슴한 맛이 일품이다. 구수한 탕국 맛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재료들이 골고로 잘 어우러지도록 비비고 나서 한숟가락 떠서 입안으로 넣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은 입안에서 은근하게 퍼지고 간이 맞는 육회는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밥알과 갖가지 재료 그리고 간이 맞은 양념은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기 하나만 뽐내면 완성할 수 없는 연주처럼 하나 하나가 어우러져 나오는 그 맛은 긴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먹는 내내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비빔밥 한그릇은 특별하다. 갖가지 재료가 어우러지는 맛은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맛의 매력과 감동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