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시래의 파파라치]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들

공유
2

[김시래의 파파라치]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들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2018 트렌드 리포트의 속 뜻


대한민국의 트렌드세터(Trendsetter)는 젊은이들이다. 스마트폰의 전파력이 한몫을 한다. 올해를 관통했던 욜로(Yolo)라는 트렌드의 주인공도 그들이다. 욜로는 어차피 한번 사는 삶, 평소에는 숨죽이고 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누릴 땐 누리고 지를 땐 지르자는 심리인데 그들의 현실이 딱 그렇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번 돈으로 만 오천원짜리 햄버거를 사먹는다. 그리고 그런 자기 모습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삶을 지탱하는 이유를 찾는다. 내년엔 어떤 바람이 불까?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는 의미 없음에서 의미를 찾는 무민(無Mean), 넓고 얇은 지식을 탐하는 잡학피디아, 싫음마저 존중하는 싫존주의,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세상을 바꾸는 화이트불편러, 가볍지 않은 가치를 소비하는 휘소 가치 등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트렌드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집단이 보이는 생각이나 행동의 공통적인 경향을 말한다. 그런데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인정하고 유행(Trend)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려면 적어도 3년 정도의 지속적 패턴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렇지 않으면 거품처럼 부풀렸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fad)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 줄을 서서 사재기를 했던 허니버터칩의 열풍처럼. 맞는 말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시간이 경과되었다고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매년 점집의 토정비결처럼 호들갑스럽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트렌드와 그와 관련된 통계들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는 것

삼국지의 압권은 제갈공명의 계교가 만들어 낸 적벽대전이다. 조조의 대군을 상대한 제갈공명은 뱃멀미 없이 선상 위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구실로 적군의 선단을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제단 위에 올라 머리를 풀고 바람을 일으킨다. 화살을 쏘아 올려 적의 선단을 순식간에 불태우려면 바람이 도와줘야 하니까. 마지막 순간, 기적처럼 동남풍이 불어왔다. 불화살이 적군의 선단으로 떨어지자 조조의 대군은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아비규환 속에 궤멸하였다. 바람은 불화살의 우군이다. 트렌드도 마찬가지, 시대를 관통하는 바람이고 비즈니스를 순항하게 만드는 조력자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을 설득하고 그들의 지갑을 여는 결정적 한방이 된다. 2017년 화제의 베스트 셀러를 기억하는가? 몇 년 전에 출판되어 잘 안 팔리다가 올해 상반기에만 75배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이다. 미국에선 어땠을까? 조지오웰의 '1984'가 그 주인공이다. 왜 그렇게 많이 팔렸을까?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대통령의 언행이 관심사였다. 그래서 시대의 바람이 갑자기 그쪽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는 순풍에 돛을 단 도깨비 방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보고서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거한 리스트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트렌드, 그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자신이 트렌드의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도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는 것”이란 대사가 나온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에 대한 적중률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시대의 가능성을 활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바람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