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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자업계의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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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자업계의 소탐대실

산업부 유호승 기자.
산업부 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소탐대실(小貪大失), 이 사자성어로 올해 전자업계는 정리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습은 작은 이익을 좇다가 큰 것을 놓치고 있다.

최근 양사는 서로 헐뜯기 바쁘다. 시장 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아 어떻게 하든 상대의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약점을 찾지 못했을 때에는 제품 자체를 공격한다.
선공은 LG전자다. 지난 여름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LG전자는 V30를 공개하면서 노트8을 ‘대놓고 공격’했다.

V30 광고 영상에는 파란색 연필을 손으로 부러뜨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파란색은 삼성의 상징이다. 부러진 펜은 노트 시리즈의 상징인 ‘S펜’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공격 마케팅 바람’은 TV 시장에도 불었다. LG전자에 ‘한방’ 맞은 삼성전자는 OLED를 타깃으로 반격을 가했다. 삼성은 QLED TV의 내구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깎아내렸다.

특히 OLED TV의 번인(똑같은 화면이나 이미지를 장시간 켜놨을 때 화면을 꺼도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현상)에 집중했다. 이 제품에서 발생하는 번인 현상은 ‘Fault(오류)’ 가 아닌 ‘Default value(기본값)’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은 OLED TV의 구성물질이 유기물이기 때문에 번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OLED가 빛과 열에 약해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고정적으로 보여지는 화면이 얼룩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해 영구적인 잔상으로 남는다는 것.

LG는 삼성의 반격에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단 공생 관계에 있는 경쟁사가 ‘비방’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는 것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삼성과 LG는 한 생태계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혁신기술과 제품개발 등으로 경쟁해왔던 과거의 건설적인 모습과는 대비된다.

비교 마케팅은 시장에서 흔히 쓰는 기법 중 하나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광고 기법을 바꿔야 한다. 올해와 같은 모습이 내년에도 지속되면 가까운 시일 내 양사는 ‘공멸’할 수도 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