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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석의 사회적경제 칼럼(6)] 근대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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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석의 사회적경제 칼럼(6)] 근대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조재석 대구한의대 사회적경제 교수('응답하라 사회적경제' 저자)
조재석 대구한의대 사회적경제 교수('응답하라 사회적경제' 저자)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긴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마지막이 아니라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이 성취되는 세상을 향해 끊임 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정보기술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사회적 부가 충분히 축적되었는데도 오늘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사회와 체제에 문제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국가 이익을 어느 집단과 지배 계층이 자신들의 이익으로 둔갑시키는지 살펴야 한다. 역사를 비판적으로 관찰하면서 다양한 사상과 이론 그리고 정책이 필요하고,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회사상은 서로 다른 정치·경제적 이념의 옷을 입고 역사 안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면서 변화해 왔다. 자본주의 탄생 이전부터 정치와 경제는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의심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정치 이념과 경제 이론이 그 시대에 나타났고 적용되었으며, 변화·발전되었는지 들춰보는 것은 어긋난 자본주의 끝자락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불후의 업적을 남긴 사회사상가와 경제학자의 생각을 톺아보는 것이 우리 문제에 대해 올바른 해법을 제공받거나 설득력 있는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근대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의 『국부론』을 읽으면서 19세기 자유무역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할 정도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할 때 전체적으로도 최상의 결과가 나오므로 “국가는 경제에 있어 아무 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간섭과 특권의 철폐로 사회의 부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국민을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학, 도덕철학, 신학, 윤리학, 경제학, 법학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경제적 이기심은 사회적 도덕 아래에서만 허용된다”고 하였다.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를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지만 마음속에는 남을 생각하는 배려와 연민이 있어서 이기적인 행동조차도 공공의 이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인간 사회는 이를테면 거대하고 육중한 하나의 기계인데, 도덕은 그 기계의 바퀴가 굴러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라고 할 수 있으며, 부도덕은 바퀴 여기저기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녹인 셈이야”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가 보았던 자본주의의 고용주는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려는 음모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기업의 수익이 노동자의 빈곤을 개선하거나 산업부흥에 쓰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과 생산력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인류 역사의 최고치를 목격한 애덤 스미스는 놀라워했다. 반면, 산업혁명 초기 노동자 계급의 적극성 상실과 자본가의 도덕적 타락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장기적 운명에 매우 비관적이었다. 물적자원이 소진되고 기술이 더 진보하지 못하면 성장도 멈추고 잠재력도 떨어져 자본주의의 발전이 정지될 것이라 생각했다.

1776년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론을 창안하고 확립한 애덤 스미스는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노동자의 처지에 연민을 표하면서 작업을 분리하고 전문화하는 ‘분업’의 효율성과 발전이 노동자를 빈곤에서 건져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가치와 노동 그리고 임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심했으며, 모든 것의 실질가치를 재는 척도는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고(노동)’라고 정의했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셋으로 요약했다. 첫째, 분업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 둘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방임의 효과를 살려야 한다. 셋째, 국가 간의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질수록 더 많은 효용을 얻게 되므로 자유무역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정성이나 정의의 개념을 전제한 것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도 잘 활용하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시장경제의 기능을 의미하며, 시장경제 활동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가격을 말하기도 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는 개인의 합리성에 경쟁과 가격이라는 요소가 짬뽕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이 ‘도덕철학의 일부’이며, 자유 시장과 사회는 정의와 덕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양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의와 덕성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상업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고 믿었다. 부의 무절제한 추구는 부패로 연결되고, 나아가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행복을 안겨 주는 핵심요소까지 빼앗아 갈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 동기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공감하는지 여부를 중시한다고 믿었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200년 동안 사회과학의 세계를 지배하여 경제권력과 국가권력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공동체의 공정성이나 정의에 대한 개념을 전제한 ‘보이지 않는 손’은 1930년대 세계공황을 맞으며 파산한다. 이후 수십년이 지나 자국경제에 국한된 투자와 경제순환의 이익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자유시장 지배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희화화되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21세기 지금도 보수정치인이나 경제학자, 기업연구소와 보수 언론사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애용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이기심이 본성이지만 이기심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부귀와 영화가 내게로’ 와야 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시킨 후에야 비로소 지구촌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적 사고와 비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50여년의 근대경제학자중 철학과 사상이 왜곡되고 가장 많이 이용당하고 희롱당해 억울한 사람이 ‘애덤 스미스’이다!


조재석 대구한의대 사회적경제 교수('응답하라 사회적경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