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8일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앞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9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놓고 진행된 노조의 온라인 찬반 설문조사에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사실 관계가 확인된 만큼 윤 회장의 도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의 해묵은 갈등으로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KB노조는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하고 그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식 구조'"라며 윤 회장이 경쟁자 없는 연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셀프 연임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과 연임과 관련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CEO 유고 시 즉각적인 승계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또 경쟁자를 인사조치해 대안이 없는 것처럼 만들고 연임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책무유기다"고 쓴소리했다. 해당 CEO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금융권 종사자라면 누구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10일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손질을 위한 전담 조직인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사 CEO(최고경영자)가 제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셀프 연임을 하는 관행을 본격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연임 과정의 문제가 이미 불거졌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연임을 하면 당국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 개입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금융 산업은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어디까지 간섭하고 개입하느냐가 핵심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