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기자의 철(鐵)렁] 한일철강은 그래서 위대해보였다

공유
0

[김기자의 철(鐵)렁] 한일철강은 그래서 위대해보였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한일철강이 지난 5일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전체 참석 인원 400여명, 수백여 개 고객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축사를 맡은 인사만 봐도 오명 前 부총리겸 과학기술부 장관,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 대주중공업 박주봉 회장 등으로 쟁쟁했다.

오명 전 장관은 한일 경영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소개하면서 행사 규모나 진행을 놓고 글로벌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우유철 부회장은 "스케일로 보면 한국의 작은 기업이 아닌 요즘 잘나가는 구글 아마존이 행사를 하면 툴은 이런 식이 되지 않겠나"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축사를 통해 내진강재 H코어 런칭을 계기로 한일철강과 또 다른 60년을 함께 가겠다고 공언했다.

박주봉 회장 역시 세계적인 행사로 평가하고 특히 우 부회장의 이례적인 참석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일철강의 기업 및 인맥 지도를 한순간에 체감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한국철강산업과 태동, 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60년간의 노력이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한일철강의 위대함은 이 같은 겉모습에 있지 않다.

10년 장기근속자들을 시작으로 20년, 30년 이상, 공로자들을 잇따라 무대 위에 세웠다. 이들의 사진은 국내 최고라 치는 유명호텔 대형 홀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드러났다. 아나운서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고 시상과 포상이 이어졌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이 따로 없었다. 시간도 꽤 길게 할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한일철강은 동종업계와 크게 다를 것 없이 한계에 맞닿아 있다. 수년 간 지속됐다. 직원들의 고충은 말할 것 없고, 연봉 등 여러 조건도 만족하기 어렵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당시 무대에 오를 때만큼은 인생 최고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을는지...

한일철강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었다.

수많은 현실의 어려움과 긴 시간을 견뎌낸, 또 회사의 역사를 함께 만든 분들을 정성을 다해 예우하고 영웅으로 세워줬다.

행사가 시작과 함께 영화와 같이 소개됐던 고(故) 엄춘보 회장의 업적은 이를 통해 더 빛나고 값지게 만들어졌다.

국내 주요 철강메이커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10년 내외, 한일철강은 6년이 채 안 된다. 포스코 한국철강 등 몇 개 기업만이 평균 20년 정도를 근무한다. 현장직 중심의 철강사들은 비교적 고용이 안정된 편인데 사실 몇몇을 제외하면 이직이 매우 심하다는 의미다.

눈에 드러나든 반대의 경우이든 회사와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면 어떨까.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