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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량 위기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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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량 위기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가축 사육을 꼽는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 뿜어내는 탄소가 자동차와 비행기에서 나오는 전체 배기가스보다도 환경에 더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중산층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졌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육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90억명에 육박하는 세계인구가 먹을 충분한 고기를 생산하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육류의 공급을 비롯한 인류의 식량위기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식품과학자들도 이러한 고민의 열쇠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만이 이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과연 지구상의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우리들이 즐겨 먹는 고기를 생산해낼 혁신적 방법은 무엇일까.
30여 년 전 콩고기 제품이 소개된 적이 있다. 콩단백질을 옷감섬유를 짜듯이 실처럼 만든 다음 육류단백질과 혼합하여 근육조직을 재구성함으로써 마치 일반 고기처럼 제조한 것으로 20~30%의 콩단백질이 혼합이 된 제품이다. 이 경우 제품이 입안에서 느끼는 고기의 조직감은 퍽퍽한 느낌을 주며 제대로 된 고기의 맛과 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수분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였고 고기의 맛이 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식품을 제조하는 기술이 오늘날처럼 발달되지 못한 것이 커다란 이유다.

최근 식품의 분자과학기법을 바탕으로 식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전혀 다른 소재를 이용하여 필요한 성분만을 재구성하면서 여기에 향과 맛을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정말로 놀라울 정도의 기술이 접목되어 피 냄새도 느낄 수가 있고 식물성 원료로 하여금 동물성 식품으로 착각할 정도의 맛과 조직감 그리고 향을 느끼게 만들어 전혀 이상하다는 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식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것이 바로 임파서블 푸드(The Impossible Foods)라는 스타트업 회사가 선보인 제품 중에 하나가 식물성고기를 이용한 햄버거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제품들을 창조해 내리라곤 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을 속이려들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만큼 기술이 발달되어 무난히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짜식품과 모조식품은 성격이 다르다. 가짜 식품은 해당 원료가 아닌 다른 것을 첨가하여 만든 것으로 예를 들어 참기름 80%에 20%의 들기름을 혼합하여 이를 참기름이라고 팔면 이것은 가짜식품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의 눈을 속여서 이득을 취득한 행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조식품이라면 다른 원료를 첨가한 것을 떳떳이 밝혀서 소비자를 혼동시키지 않고 제조한 식품을 말한다.

얼마 전 딸기 우유라고 판매하는 제품이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분유를 사용하였기에 우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바나나초코우유라고 하였지만 바나나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단지 바나나 향을 넣었을 뿐이었다. 이런 경우 엄격하게 본다면 바나나향맛 우유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소비자가 착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 못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과대광고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명백히 가짜식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2000여 년 전부터 상거래가 계속되어 오면서 이어진 일종의 상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떳떳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자세로 재무장하여 우리 인류가 맞이할 식량위기를 당당하게 해쳐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