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민간 컨설팅업체 리서치 어크로스 보더스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의 젊은 여성들이 기숙하면서 살림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임금과 긴 노동 시간, 고용주에 의한 착취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가정부 중 노동 시간이 너무 많다고 응답한 사람이 90%, 생활 환경이 나쁘거나 월급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하는 가정부도 30%를 넘었다.
하루 노동 시간이 12시간을 넘는 가정부가 84%, 주 1회 휴일도 없이 일한다고 응답한 가정부도 41%에 달했다. 특히 감시 카메라로 감시를 받고 있다는 응답도 33%를 차지했다.
리서치 어크로스 보더스의 연구책임자는 "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1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일한 뒤 고국으로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이 먹지 못하고 굶는 상황인 것이다.
외국인 가정부는 아시아에서 홍콩이 가장 많고, 싱가포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전체 노동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정부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정비는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채용 시에 고용 계약도 맺을 필요가 없다.
한편 조사 대상자의 월 평균 소득은 381달러(약 41만원)다. 하지만 여기에는 식비, 집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빼면 158달러(약 17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인의 월 평균 수입이 2013년 기준 3694달러(약 401만원)임을 감안하면 가정부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응답자는 휴일인 일요일에도 청소나 식사 준비 등을 해야 하고, 설사 외출해도 오후 5~6시에는 귀가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호소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