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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 60% "고용주로부터 착취 피해"…"우린 로봇 아닌 인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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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 60% "고용주로부터 착취 피해"…"우린 로봇 아닌 인간" 호소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외국인 약 60%가 고용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 시간) 민간 컨설팅업체 리서치 어크로스 보더스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출신의 젊은 여성들이 기숙하면서 살림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임금과 긴 노동 시간, 고용주에 의한 착취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크로스 보더스는 외국인 가정부 800명과 고용주 80명을 대상으로 청취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싱가포르 전체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가정한다면 싱가포르에 취업한 가정부 14만명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는 한 달에 약 17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고용주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외국인 가정부는 한 달에 약 17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고용주로부터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조사 대상 가정부 중 노동 시간이 너무 많다고 응답한 사람이 90%, 생활 환경이 나쁘거나 월급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하는 가정부도 30%를 넘었다.

하루 노동 시간이 12시간을 넘는 가정부가 84%, 주 1회 휴일도 없이 일한다고 응답한 가정부도 41%에 달했다. 특히 감시 카메라로 감시를 받고 있다는 응답도 33%를 차지했다.

리서치 어크로스 보더스의 연구책임자는 "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1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일한 뒤 고국으로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이 먹지 못하고 굶는 상황인 것이다.

외국인 가정부는 아시아에서 홍콩이 가장 많고, 싱가포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전체 노동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정부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정비는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채용 시에 고용 계약도 맺을 필요가 없다.

한편 조사 대상자의 월 평균 소득은 381달러(약 41만원)다. 하지만 여기에는 식비, 집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빼면 158달러(약 17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인의 월 평균 수입이 2013년 기준 3694달러(약 401만원)임을 감안하면 가정부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응답자는 휴일인 일요일에도 청소나 식사 준비 등을 해야 하고, 설사 외출해도 오후 5~6시에는 귀가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호소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