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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도청 의혹' 또 다시 제기…"인간의 '인지적 편견 결과일 뿐"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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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도청 의혹' 또 다시 제기…"인간의 '인지적 편견 결과일 뿐" 해명

페이스북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음모론은 앞으로도 꾸준히 구전될 전망

페이스북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광고 표시에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또 다시 제기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광고 표시에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또 다시 제기됐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친구나 가족과 특정 제품에 대해 이야기한 후 그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그 제품의 광고가 표시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페이스북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광고 표시에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또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신문은 지난해 6월 1일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에서 매스컴 이론을 가르치는 켈리 번즈(Kelli Burns)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대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번즈 교수는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 마이크로 사용자의 대화를 듣고 관련된 광고를 내보낸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종의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번즈 교수는 스마트폰의 마이크 기능을 켜둔 채 "난 아프리카 사파리에 가서 지프(Jeep)를 꼭 타고 싶다"고 말한 이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번즈 교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사파리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했으며, 이내 곧 지프 자동차에 대한 뉴스피드도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번즈 교수는 이번 실험만으로 "확신할 수 없지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TV나 대화 내용 등 주변의 소리를 수집하는 것은 상황에 맞는 게시물을 쉽게 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음성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광고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 메신저 상품 총괄책임자인 스탠 추보스키(Stan Chudnovsky)는 지난주 리스본에서 개최된 디지털기술 회의 '웹서밋(Web Summit) 2017'에서 이 소문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기분 탓으로 일종의 지나친 생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진상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싸여있는 가운데 11월 27일(현지 시간)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인 줄리 올브라이트(Julie Albright)도 지난해 번즈 교수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보고했으며, 이 소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단번에 확산되고 있다.

올브라이트 교수는 "차 안에서 친구와 렉서스에 대해 이야기한 바로 다음날, 친구의 페이스북에 렉서스의 광고가 게재됐으며, 이러한 광고가 게재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는 이야기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올브라이트의 게시물에 공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올브라이트 외의 다른 이용자들도 "특정 상품명을 이야기하고 그 다음날에 광고가 게재되었다는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매우 많다"며 페이스북의 대화 도청 사실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사실 페이스북의 추보스키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는다. 추보스키 또한 사람들의 대화에 나온 제품이 광고에 표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인간의 '인지적 편견'의 결과일 뿐"이라고 추보스키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바나나를 사고 싶다"고 어떤 시점에서 말한 이후 그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바나나의 광고를 본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한 확률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평상시 대화에서 방대한 사항을 말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굉장히 많은 상황이 중첩되면서 이러한 상황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페이스북 측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음모론은 앞으로도 꾸준히 구전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은 긍정적인 사실보다는 부정적인 사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