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2007~2016)동안 누적된 유효법인세율은 한국 10대 기업이 19.5%로 미국 10대 기업 25.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배경으로 지난 몇 년 간 증세를 목적으로 추진된 국내 대기업 대상의 각종 세금공제·감면 축소를 지적했다.
실제로 세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이 16%에서 2014년부터 17%로 높아진 가운데, R&D(연구 개발) 공제 축소도 지속돼 실제 대기업(과세표준 2천억원 초과)의 R&D공제율이 2013년 13.5%에서 2016년 4.0%로 급감했다.
반면 한경연은 미국기업의 유효법인세율 하락 요인 중 하나로 미 정부의 세제지원 확대를 꼽았다.
미국은 2015년 R&D 세액공제의 일몰기한을 폐지해 영구화하고, 당해 연도에 공제하지 못한 세액공제액은 20년간 차기연도로 이월할 수 있게 하는 등 지원 확대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 측면에서도 지난 10년 간 한국은 79.4%, 미국은 71.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10대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법정세율에 가까운 높은 법인세를 납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법정법인세율이 10%p 이상 높지만 미국 기업들은 저세율 국가에 소재한 해외자회사로의 소득이전을 통해 법인세를 절감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일 업종 내 기업사례에서도 우리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유효법인세율을 비교한 결과, 2010년 이후 삼성이 애플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해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삼성의 유효법인세율은 17.6%로 애플 16.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법정세율의 차이를 감안해 법정세율 대비 유효법인세율을 보면 2010년 이후부터 삼성이 애플보다 법정세율 대비 매우 높은 유효법인세율이 지속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삼성은 71.5%, 애플은 47.6%의 세율을 부담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주요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며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20%로 파격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반대로 우리나라가 3%p 인상한다면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내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