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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 공소장 변경이 가져올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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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 공소장 변경이 가져올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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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그가 구치소에 머문지 어느덧 260일이 지났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고, 이미 징역의 7분의 1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이 부회장은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까지 4차례 진행된 항소심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PT)과 서증조사 등으로 진행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2심 선고는 올해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공소장 변경, 1심 이어 항소심서도


단 재판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공소장과 항소이유서 등에 ‘승계’와 ‘승계작업’을 동시에 기재해 혼란을 불러온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1심에서도 공소장을 일부 변경했다. 특검은 지난 8월 4일 열린 1심 52차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특검이 변경한 내용은 지난해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가 열린 시점이다.

당초 이 부회장의 공소장에는 3차 독대 시점이 ‘오후’로 특정됐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이 부회장의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제시해 면담이 오전 10시 30분경 이뤄졌다고 증명했고, 특검 역시 공소장의 오류를 인정해 수정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지난 3월 9일 1심 공판준비기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삼성 측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며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이번 사건과 무관한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해 재판부에게 예단을 형성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1심 공판준비기일에서 나왔던 지적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졌다. 항소심 3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은 55쪽이다. 이 중 범죄사실은 17쪽에 불과하다”며 “특검이 공소장을 통해 재판부에 예단을 심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원의 예단을 가져올 수 있는 서류 및 물건 등을 첨부하거나 인용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공소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변경되는 것은 특검 측에 자충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공소장을 작성했던 시점에 인지했던 사실들이 재판 중 오류가 있다고 발견해 수정하는 것은 향후 재판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소장 변경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 재판부 “없는 증거를 왜 제시했는가?”


“없는 증거를 왜 제시했는가?”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정형식 부장판사의 말이다. 그는 지난 2일 진행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특검의 서증조사를 듣던 중 이와 같이 언급했다. 특검이 제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통화내용 증거와 관련돼 지적한 것.

재판부는 특검 측에 이재용 부회장의 통화내용과 관련돼 제출된 증거에 이 부회장의 실명이 거론돼 있는지 질문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는 않다고 답했고, 재판부는 없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없는 증거가 아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가 제시된 시간에 통화를 했다는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시된 통화내용이 이재용 부회장의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이름을 삭제하고 전화번호만 인정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삼성 측 변호인단도 특검의 서증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변호인 측에서 보류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증거제시가 현물이 아닌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되다보니 편집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변호인 측에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한다고 사전에 알렸다. 긍정적인 답변을 했는데 갑자기 이의제기를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통화내용 수기는 분량이 상당해 실물화살기에 띄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는 1심에서 지적된 특검의 ‘증거부족’이 항소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 9월 28일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은 ‘청와대 문건’ 등을 추가증거로 제출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소심 특성상 1심처럼 모든 사안을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제시된 의견만 검토하고 최소한의 한도에서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증거 제시는 오인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1심과 같은 증거조사 방식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