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신기자의 겜문학] 배틀그라운드 “타이완 넘버원”에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

공유
4

[신기자의 겜문학] 배틀그라운드 “타이완 넘버원”에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국은 왜 대만을 싫어하는가

그래픽=노혜림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노혜림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타이원 넘버원(Taiwan No. 1).” 중국인들을 분노하게 하는 마법의 문장이다.

'H1Z1', '배틀그라운드' 등 글로벌 게임에서 중국 유저들의 비율은 상당하다. 유저들은 중국유저를 조롱하기 위해 ‘타이완 넘버원’이라는 문장을 사용한다. 중국 유저에게 패배했을 때, 아니면 이긴 뒤 승리감을 만끽할 때, 중국 유저의 비매너 플레이를 목격했을 때, 혹은 아무 이유없이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타이완 넘버원을 외친다. 하멜롯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처럼 중국 유저들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와 협박과 욕설을 날린다.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 Angrypug. H1Z1를 플레이하며 중국 유저들에게 '타이완 넘버 원'이라는 말로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 Angrypug. H1Z1를 플레이하며 중국 유저들에게 '타이완 넘버 원'이라는 말로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

타이완 넘버원이 유행하기 시작한건 미국의 인터넷 방송인 Angrypug 탓이 크다. H1Z1을 플레이하던 angrypug는 중국 유저에게 분패를 당한 후 타이완 넘버원이라고 외쳤고 중국유저들은 크게 분노했다. Angrypug는 이어 태국의 국가‧국기까지 동원해 중국인들을 도발한다. ‘타이완 넘버원’의 효력을 학습한 게이머들에 의해 타이완 넘버원은 중국인을 상대하는 말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대만의 존재가 중국을 화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공식적으로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돌아간다. 혁명가 쑨원은 민족주의(民族主義), 민권주의(民權主義), 민생주의(民生主義)를 내건 삼민주의로 대중을 이끌어 청 조정에 반기를 들고 중국 최초의 공화국을 설립한다. 이 나라가 우리가 대만이라고 부르는 ‘중화민국’의 원형이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재스는 타이완해협을 건너가 중화민국을 세운다.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커맨드센터를 띄워 이동한 것. 사진=네이버 이미지 확대보기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재스는 타이완해협을 건너가 중화민국을 세운다.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커맨드센터를 띄워 이동한 것. 사진=네이버

하지만 쑨원의 바람과는 달리 공화국은 군벌 세력들의 다툼으로 큰 혼란에 들어가게 된다. 1945년부터 1949년까지 마오쩌뚱(한국명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과 장제스(한국명 장개석)가 이끄는 중국 국민당이 내전을 벌이는데 이를 국공내전이라고 한다. 전쟁은 마오쩌둥의 승리로 돌아갔고 그는 1949년 10월 본토에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수립한다. 장제스가 이끄는 중국 국민당은 같은 해 10월 타이완반도로 도주해 중화민국, 즉 대만을 다시 세웠다.

쯔위 사과 동영상. '하나의 중국'을 외친후에야 중국인들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쯔위 사과 동영상. '하나의 중국'을 외친후에야 중국인들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만의 국기를 흔들거나 대만의 국가를 부르는 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대만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난 2015년 한 방송에서 대만의 국기를 흔든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국적 멤버 쯔위는 중국인들에게 대역죄인으로 몰렸다. “대만독립주의자”냐는 비난과 중국내에서 JYP 불매 운동이 일었다. 당시 JYP엔터의 박진영이 직접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야만했다. 쯔위는 자신이 대만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16세 소녀에게도 중국인들은 거침없이 비난을 쏟아냈다.

타이완 넘버원이란 문장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중화사상도 정면으로 부인한다. "중국은 1등이 아니야" 정도라도 중국인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한데 그 1등이 대만이라니. 타이완 넘버원은 중국인들을 자극하기 가장 완벽(?)한 문장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유투버 우왕굳의 동영상을 보면 이해가 한 층 쉬울 것이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