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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 '반중감정' 고조…北 당국, 어려워진 생활 '중국 탓'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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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 '반중감정' 고조…北 당국, 어려워진 생활 '중국 탓' 선동

"중국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조선 민족의 원수"라고 선동 강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대 중국 감정을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데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대 중국 감정을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데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에 대해 국제 사회의 제재 압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중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선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 정부 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현지 시간) 전했다.
북한 내에서는 국제 사회 제재의 여파로 시장 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국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조선 민족의 원수"라고 선동을 강화하며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FA의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무역국은 신발, 가방, 의류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인력을 파견할 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갑자기 중단됐다. 이 때문에 중국에 파견될 예정이었던 노동자들은 궁핍해지는 생활에 대해 중국 측의 제재를 탓하며 비난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당초 당국의 외화 벌이의 일환으로 파견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인권이 현저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은 이를 주민 선동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북한 노동자들은 궁핍한 사정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해 더욱 심해졌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반중‧반러 감정이 높아진 것이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배되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가지는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대 중국 감정을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데 이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70여 년간 지속된 혈맹을 낡은 신발처럼 버린 간신의 무리"라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욕하거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남조선이나 미국에 붙는 중국과의 친선 관계는 처음부터 망상이었다"는 내용으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 내 거주하는 화교들이 중국 국적임을 이용해 불법적인 장사를 하면서도 여차하면 중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고 강조해 반중 감정을 확대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억압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9월 15일을 전후해 북한에 관광 목적의 여행을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으며, 10월 1일부터는 아예 북한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한이 외화 벌이의 또 다른 기둥으로 내세워 온 관광산업이 중국의 규제로 완전히 봉쇄당한 것이다.
청진의 조선국제여행사는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옌지에 있는 여행사와 합작으로, 명승지로 유명한 칠보산을 방문하는 투어를 판매해 거액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단풍의 계절을 앞둔 시기에 투어가 중단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중국 국가관광국은 관광 규제 사실을 게재하지 않고 있어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중국 당국의 규제보다는 핵 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중국인들이 북한 관광을 중단한 더 큰 이유로 알려져 있다.

이어 중국 상무부는 내년 1월까지 북한과의 사이에서 설립한 합작 기업을 폐쇄하라고 통지를 발령해 각 기업은 연내 폐쇄를 위한 잔무 정리에 분주하다. 중국 당국이 앞으로도 연이어 대북 제재를 강화하게 되면, 북한 주민의 반중 감정은 점점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