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Fed)은 한국시간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내면서 10월부터 자산 축소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의 연준이 만들어진 것은 1913년이다. 창립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4년의 역사 동안 연준이 자산을 축소하는 것은 처음이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을 통틀어 자산 축소는 첫 경험이다.
자산 축소는 이처럼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런 만큼 시장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긴축발작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긴축발작은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이라는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 테이퍼 탠트럼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노발작(tamper tantrum)에서 유래했다.
어린 아기들이 본인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소리를 지른다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아동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분노발작 즉 “tamper tantrum”이라고 표현해왔다.
현대에 와서 직업으로서의 스포츠가 발달하면서 이 같은 분노발작이 운동선수들에게서도 종종 발견됐다. 복싱이나 레슬링 등 이른바 체급경기에서는 시합을 앞두고 체중을 강제로 줄여야하는 수가 있다. 이 체중감량 과정에서 심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발작을 하는 선수들이 나타났다. 의사들은 이를 감축발작(taper tantrum)이라고 불렀다. 감축이라는 뜻의 영어 ‘taper’에 발작이라는 의미의 ‘tantrum’을 붙인 것이다.
지급준비율 인하는 한동안 경기활성화에 도움을 주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폭등의 부작용을 야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1937년 마리너 에클스 연준 의장은 지급준비율을 대폭 인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날부터 한 달 사이에 다우지수가 무려 50% 이상 떨어졌다. 연준의 기습에 놀란 시장이 발작증세를 보인 것이다.
그때부터 경제학에서는 갑작스런 금융 긴축으로 인한 시장의 충격을 ‘taper tantrum’이라고 부르게 됐다. ‘taper tantrum’이 경제학의 세계로 넘어 오면서 우리말로는 감축발작보다 긴축발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됐다.
긴축발작은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주가 하락이 이내 수습된 데다가 지급준비율과 주가 간 이론적 상관관계도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혔던 긴축발작이 다시 돌아온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QE)를 끝내겠다고 밝히자 신흥국의 돈이 한꺼번에 미국으로 몰려갔다. 그 바람에 신흥국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도 큰 홍역을 치렀다. 미국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전 세계 경제를 마구 뒤흔든 것이다. 이때부터 긴축발작은 경제학계에서 주요한 연구 테마로 부상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마침내 자산 축소 계획을 밝혔다. 자산 축소는 양적완화보다 더 큰 긴축발작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