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재무상태표 자산 축소에 나설 때 세계경제 또는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준의 자산 구조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산이란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유형 ·무형의 유가치물(有價値物)을 모두 통칭하는 개념이다. 회계학상으로는 과거 거래의 결과로 법인이 현재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의 효익 유입이 예상되는 모든 권리를 지칭한다.
연준의 자산은 국가의 발권력으로 찍어낸 돈으로부터 출발한다. 연준은 필요한 경우 돈을 찍어낼 수 있다. 그 돈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사 모은다. 금과 외국 통화, 국제통화기금(IMF)의 화폐인 특별인출권 국채 지방채 공공채 등이 그 전형적인 예다.
연준은 2008년부터 이른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당시 연준의 양적완화는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낸 다음 그 돈으로 금융시장에 나돌고 있는 채권을 사는 것이었다. 채권 중에서도 국채와 저택저당채권 그리고 공공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더 이상 갱개(更改) 하지 않고 바로 환수하는 것이다. 그러면 연준 재무상태표 상에 자산과 지본이 동시에 줄어든다.
이때 나타날 수 있는 첫 번째 부작용이 자금난이다. 그동안 미국의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연준의 집중적인 매수에 힘입어 채권을 보다 쉽게 팔 수 있었다. 채권을 팔았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돈이 연준으로 부터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자산을 축소하면 시중의 자금 사정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세 번째 후폭풍은 미국 달러의 강세 우려이다. 미국 달러화는 트럼프 취임 이후 줄곧 약세 기조를 이어왔다.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온 듯한 흔적이 적지 않다. 연준이 자산축소를 단행하면 거꾸로 달러 강세로 바뀔 소지가 없지않다. 수요공급의 원리상 공급량이 줄어드는 미국 달러화는 자산 긴축 시작 후 가치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네 번째 미국의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공산이 있다. 기업의 자금난과 금리인상은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주가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우려되는 것은 긴축발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보고 신흥국에 쏠려있던 국제 부동자금이 일시에 미국으로 환류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제투자 자금은 미국의 낮은 금리에 실망하여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빠져나갔다.
연준의 자산축소로 미국 금리가 다시 높아지면 그 돈이 미국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꺼번에 이동하면 신흥국 의 돈 가치가 떨어지고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연준이 처음 양적완화를 중단했을 때 실제로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긴축발작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테이퍼 탠트럼이다.
여섯 번째,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금융시장의 돈은 수익률보다는 투자 손실 확률이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이럴 때는 주식보다는 채권이, 또 그 채권 중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나라의 국채가 유리하다. 주식 중에서는 거래량이 많고 환금성이 높은 종목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일곱 번째, 주목할 대목은 경기의 하락 가능성이다. 자산축소로 인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경기가 추락할 수 있다.
연준은 2020년까지 보유자산을 2조3000억~3조3000억달러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3년간 최고 2조2000억달러어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주목할 것은 자산축소의 규모와 속도이다. 연준의 자산축소 규모가 더 늘어나가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긴축발작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반대로 시장의 예상보다 축소 규모가 적거나 속도가 더디다면 부작용이 적을 수도 있다. 연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