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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 사과 두고 ‘진정성’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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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소현 기자]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 사과 두고 ‘진정성’ 찾는 사람들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햄버거병’ 파동은 엄청났다. ‘햄버거병’의 정확한 병명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은 그렇게 햄버거병이 됐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처음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마치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지며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이 가운데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가 장문의 사과문을 냈다. 조 대표는 그간 한국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사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강구했다며 5개의 계획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HUS로 고통을 겪고 있는 고객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성심껏 고객과 가족들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여느 사과문과 똑같아보였다. 문제가 발생하면 고개 숙여 사과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 대표는 “한국맥도날드 대표이기에 앞서 저 또한 엄마로서 일련의 사안들을 겪으면서 참으로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다소 당황스러운 말을 적었다.

다른 기업의 사과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개다. ‘엄마’라는 이름을 내세운 조 대표는 “또한,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며 감성과 이성 사이를 절묘하게 오갔다. 이 사과문을 읽고 난 후 새삼스레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사과문에서 늘 ‘진정성’을 찾아온 소비자들이 이 사과문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사과문을 읽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진정성’을 찾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송구’를 전한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사과문은 또 다시 ‘진정성’을 잃었다. 사과문 게시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에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비난을 본 후 사과문을 읽고 또 읽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저는 한국맥도날드를 대표해 지속적으로 공급업체와 당국,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조사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고객 여러분께서 깊은 이해심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한국맥도날드는 오늘도 가장 안전하고 최고 품질의 메뉴를 제공하는 업계 대표기업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과문에 진정성은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이미 HUS는 ‘햄버거병’이 됐고,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엄마’가 아니었다.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불고기버거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정부 당국은 한국맥도날드를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한국맥도날드 대표의 사과문은 온라인 화제 반열에 올랐다. ‘사실’만을 나열하면 그렇다. 지금은 이것만 두고 볼 일이다. 진정성은 사실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