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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재계', 경제 현안도 사회 현안도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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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재계', 경제 현안도 사회 현안도 ‘꾹’

공식 논평 조차 없는 경제단체…'재계 대변인 역할 상실'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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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침묵’. 이는 국내 경제 이슈는 물론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경제단체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지난 25일 재계 1위 삼성의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후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는 일제히 입을 닫았다. 주요 5개 단체 중 유일하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만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며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나머지 4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표면적으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재계가 문재인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한창인 가운데 입장 표명이나 논평을 냈다가 눈 밖에 날까 우려해서다. 현재 추진 중인 재벌개혁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몸을 사리는 이유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코멘트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괜히 반대 입장을 냈다가는 바로 눈 밖에 날 수 있다. 지난 번 경총이 정부의 새 일자리정책에 반대 기조를 보였다가 호되게 당했다”고 전했다.

재계로서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말을 삼가자는 주의가 된 셈이다.

◇침묵의 경제단체, ‘재계 대변인’ 역할 상실?

의도적 침묵인지, 소리 없는 아우성인지 모를 경제단체의 침묵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경체단체의 기능 상실론까지 들고 나온다.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제단체는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외에 통상임금, 법인세 인상 등 크고 작은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전할 뿐, 현안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노동계 인사 약진이 두드러지는 데도 여전히 경제단체는 입을 다물고 있다.

29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경제단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노조 상임위원장을 지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한 데 이어 이날 오전 민주노총 간부 출신의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사이를 중재하는 노사위원장에 노동계 출신을 처음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노동계 쏠림'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나 우려만 할 뿐이다. 경제단체 중 어느 한 곳도 문 위원장의 임명에 대해 코멘트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특히 경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현재 사용자 측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노사정위원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원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문제점을 해결하는 자리”라며 “노동계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한 공정한 대화 진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노사정위원회 모두 산업계를 넘어 재계 전반에도 중요한 사안"이라며 "경제단체가 재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줘야 하는데 현재 단체들은 정부 부름에만 충실하고 눈치 보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