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 달걀이 식탁에 필수처럼 오르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잘못인가. 여성으로 태어나 매달 생리를 하고, 빠듯한 생활비에도 생리대를 사야만 하는 것이 잘못인가. 소비자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때쯤, 억울한 사람이 한 명 더 나왔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식약처가 소비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있는 줄만 철석같이 믿어온 국민들은 또 한 번 좌절했다.
국민들은 식약처를 믿어왔다. 식약처 인증을 믿고 식품을 구매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생활용품은 아무리 싸도 고개를 돌렸다. 달걀과 생리대 파동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시름 놨다. 그런 소비자들이 발견한 식약처의 책임자는 ‘억울한 류영진’이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식약처를 믿고 싶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안다. 억울한 마음으로 환불을 위해 기업 고객센터의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은 식약처 조사가 나오면 그 문이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억울해하는 식약처장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앞으로 식약처에 대해 무슨 인식을 가질지는 조금 다른 문제다.
류 처장이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하면 지금 류 처장이 앉은 그 자리는 류 처장의 것이 아니다. 더 억울한 것은 대한민국 식약처를 믿고 있던 소비자들이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