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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본인 억울한 것만 챙기는 류영진 식약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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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본인 억울한 것만 챙기는 류영진 식약처장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살충제 달걀 논란이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엔 생리대다. 최근 할인행사로 타사 생리대보다 눈에 띄게 저렴했던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를 대량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까지 최근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며 릴리안 생리대를 의심하게 됐고 최근에 출혈량이 급하게 줄어 태어나서 처음 산부인과를 가봤다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이미 릴리안으로 단정 지은 상황이다.

억울하다. 달걀이 식탁에 필수처럼 오르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잘못인가. 여성으로 태어나 매달 생리를 하고, 빠듯한 생활비에도 생리대를 사야만 하는 것이 잘못인가. 소비자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때쯤, 억울한 사람이 한 명 더 나왔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식약처가 소비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있는 줄만 철석같이 믿어온 국민들은 또 한 번 좌절했다.
류 처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책을 ‘짜증’이라고 표현하고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거취 관련 질문에 여유롭게 웃으며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받았다. 최근 보여진 식약처장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언론 탓으로 돌렸다. 류 처장은 너무나 억울해보였고, 비판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워 보였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책임부처장의 모습은 가엽지 않았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이 가여워졌다.

국민들은 식약처를 믿어왔다. 식약처 인증을 믿고 식품을 구매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생활용품은 아무리 싸도 고개를 돌렸다. 달걀과 생리대 파동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은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시름 놨다. 그런 소비자들이 발견한 식약처의 책임자는 ‘억울한 류영진’이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식약처를 믿고 싶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안다. 억울한 마음으로 환불을 위해 기업 고객센터의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은 식약처 조사가 나오면 그 문이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억울해하는 식약처장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앞으로 식약처에 대해 무슨 인식을 가질지는 조금 다른 문제다.

류 처장이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하면 지금 류 처장이 앉은 그 자리는 류 처장의 것이 아니다. 더 억울한 것은 대한민국 식약처를 믿고 있던 소비자들이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