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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인텔 게 섰거라"... 가상화폐·자율주행·AI 시장 성장에 시가총액 113조대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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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인텔 게 섰거라"... 가상화폐·자율주행·AI 시장 성장에 시가총액 113조대 도달

CPU 한계 도달한 반면, GPU와 CPU 결합한 '딥 러닝 액셀러레이터' 필수품 등극

인공지능, 자율주행, 가상화폐 등 첨단 IT 사업의 급성장 배경에 엔비디아의 딥 러닝 액셀러레이터(Deep Learning Accelerator. DLA)가 있다. 자료=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 자율주행, 가상화폐 등 첨단 IT 사업의 급성장 배경에 엔비디아의 딥 러닝 액셀러레이터(Deep Learning Accelerator. DLA)가 있다. 자료=엔비디아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영상처리반도체(GPU)의 선구자인 엔비디아(NVIDIA)의 시가 총액이 1000억달러(약 113조5000억원)대에 도달해 중앙처리장치(CPU)의 맹주인 인텔(Intel)을 맹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시가 총액 1685억달러(약 191조2475억원)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 2년 동안 7배나 뛰며 강세를 보여온 엔비디아와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GPU와 CPU는 모두 연산 처리장치다. 컴퓨터의 중심적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CPU가 무엇이든 처리하는 데 반해 GPU는 주로 영상을 처리한다. 특히 효율적인 코어로 구성된 GPU는 병렬처리를 잘하기 때문에 속도에서 완전히 다른 성능을 발휘한다. 3D게임 등 정밀한 이미지를 끊김 현상 없이 순식간에 표시하려면 GPU의 병렬 처리를 빠뜨릴 수 없다.
CPU는 인텔의 공동창업자 무어가 1965년 주창한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에 의해 비약적으로 효율을 높여 왔다. 그리고 PC의 융성으로 인텔은 CPU에서 반도체의 맹주가 되었다. 그러나 CPU는 하나하나의 작업 처리를 차례대로 진행하는 특성 탓에 불과 2~3개의 코어로 구성된다. 무어의 법칙을 떠받고 있던 미세화 기술은 이제 거의 한계에 달했다.

■ 병렬 처리에 의해 압도적인 속도를 가진 'GPU'

CPU와는 달리 엔비디아가 1999년에 개발한 GPU는 여러 작업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작은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CPU 정도의 정밀한 처리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병렬 처리에 의해 압도적인 속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딥 러닝(심층 학습)에 GPU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컴퓨터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GPU와 CPU를 결합한 엔비디아의 딥 러닝 액셀러레이터(Deep Learning Accelerator. DLA)에 의해 불과 몇 년 만에 가능해졌다. 'PC에서 AI'로 진화할 때 시대는 CPU에서 GPU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주가가 2년 만에 7배로 불어나 1000억달러를 넘어 인텔의 반도체 맹주 자리를 위협할 기세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한계에 도달'한 무어의 법칙으로 PC가 더 이상 극적으로 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현상으로도 CPU에서 GPU로의 이동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GPU의 특성을 활용해 인공지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의사를 대신해 MRI 등의 영상을 진단하는 사례는 GPU의 딥 러닝 처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인공지능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데 GPU의 도움이 가장 컸다. 이것이 바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급상승한 이유다.
어느 새 엔비디아가 개발한 DLA는 주요 인공지능 개발 프레임워크로 국제표준이 되고 있으며, 딥 러닝용 소프트웨어와 라이브러리, 도구(툴) 등도 갖추게 됐다. 그리고 바이두,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의 IT기업들이 줄지어 엔비디아의 GPU를 딥 러닝에 채용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가 협력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2013년 100개사에서 2015년 3409개사로 무려 35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6년 말 이 수는 1만9439개까지 급증해 3년 만에 무려 194배로 늘어났다. 마치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쟁탈하기 위해 '골드러시'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 엔비디아, MIT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7월 GPU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MIT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기업 2017'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목록은 혁신적인 기술과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잘 조합한 기업(공개·비공개 불문) 50개를 평가한 것으로, 엔비디아 외에 '스페이스X(SpaceX)'와 '아마존'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는 2015년 처음으로 랭킹에 등장한 이후 불과 세 번째 만에 가장 똑똑한 기업에 선정됐다.

MI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용 칩 개발에 30억달러(약 3조4005억원)를 투자했으며 그로 인해 AI 소프트웨어의 처리 능력을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의 칩은 AI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채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폭발적인 성장이 엔비디아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 등 거대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주력함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필요로 했고, 이것은 엔비디아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엔비디아의 제품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 엔비디아 'DLA' 가상화폐&자율주행 성장 동력

인공지능 기술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 분야에 뛰어들어 경쟁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동시에 도요타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메이커와 기술 제휴하여 자동운전용 칩셋을 제공함에 따라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그래픽카드 중 하나인 엔비디아 '타이탄 Xp'. 자료=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그래픽카드 중 하나인 엔비디아 '타이탄 Xp'. 자료=엔비디아

또한 최근 비정상적인 가격폭등으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엔비디아는 가상통화 분야에서도 큰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다. 가상통화 마이닝(광산) 전용 칩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여세를 몰아 GPU 가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모든 시대적 상황이 엔비디아의 눈부신 부상에 기여한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7월 1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에 소요되는 소비세를 폐지했는데 이후 전국에 걸쳐 그래픽카드 구매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BCN랭킹을 통해 지난 2년 동안의 그래픽카드 판매량을 살펴보면 2017년 6월 판매량은 2016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2.1%나 급증했다. 또한 가상화폐 소비세가 폐지된 7월 1일 이후부터 매장에서는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좋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이용하면 더 많은 양의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는 '채굴' 이라는 특수한 방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결국 가상화폐를 많이 얻기 위해 사용자는 성능이 더 우수한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많은 PC부품 제작사들이 가상화폐 전용 그래픽카드를 잇따라 출시할 정도로 최근 PC 시장의 핫 아이템은 최고 성능의 그래픽카드다. 그리고 그 선구자가 바로 엔비디아이기 때문에 인텔을 바짝 긴장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머지않아 업계의 새로운 맹주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